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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02 20:56 수정 : 2015.04.29 16:31

<무한도전>

황진미의 TV 톡톡

쓸데없는 일에 덤벼드는 재미 ‘잉여성 쩐다’

설 연휴를 전후하여 <무한도전>은 ‘하하 대 홍철’을 방송했다. 동갑내기 두 사람이 닭싸움, 간지럼 참기 등의 대결을 펼쳐, 이긴 사람을 한 달간 형으로 부른다는 것. 참 ‘초딩스러운’ 발상이다. 그런데 이 대결을 잠실체육관에서, 무려 3400여명의 관객이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았다면 믿으시겠는가. 이런 황당함이 바로 ‘무도’(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하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피디는 시청자게시판에 대결 종목을 보내줄 것과 보내준 분들을 초청하여 10종목 대결의 승자를 모두 맞힌 관객에게 큰 선물을 주겠다고 알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만개가 넘는 종목이 답지했다. 현장에 초대된 3400여명의 관객들은 상품(주유권과 보험료까지 구비된 풀 옵션 경차 2대)을 타기 위해, 경마나 ‘스포츠토토’에 버금가는 열기로 승부예측을 펼쳤다. 현재 4 대 1로 하하가 홍철을 앞선 가운데 2월11일 이후 후반부가 방송될 예정이다.

‘하하 대 홍철’은 <무한도전>의 성격을 집약해 보여준다. 첫째, 사소한 말이 씨가 되어 사태가 커지는 점. 둘째, “이게 뭐라고”라는 말이 함의하듯, 쓸데없는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것에 재미와 감동이 있다는 점. 셋째, 시청자들과의 상호작용이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무한도전>은 일정한 형식이 없다. 대개의 예능프로그램이 형식이 정해져 있고, 게스트 등 출연진이 매회 바뀌는 데 반해, <무한도전>은 출연진은 고정되어 있고 형식이 매번 바뀐다. 시청자는 물론 출연진도 다음에 뭘 할지를 알지 못한다. 제작진도 미리 생각해 놓은 게 없다. 그러니 프로그램 중 우연히 나온 말이 ‘진짜로’ 행해지는 일이 다반사이다. 불쑥 내뱉어진 이름 김상덕씨를 찾아 알래스카를 가는 식이다. 이처럼 농담이 블록버스터가 되는 무모한 실험성과 어떠한 형식과도 유연하게 결합하는 혼종성이 ‘무도’의 핵심이다.


정준하
<무한도전>의 ‘빅 재미’는 무모한 짓일망정, 진지하게 하는 데에 있다. 연탄 쌓는 기계와 대결한다고 땀범벅이 되어 탄가루를 뒤집어쓰는 식이다. 이번 대결에서 하하는 손톱이 짧아 캔 따기에 절대 불리한데도, ‘달인’ 김병만을 찾아가 ‘특훈’을 받는다. 굳은살을 만들기 위해 철사장(중국 무술의 손바닥 단련법) 훈련을 거친 하하는, 믿을 수 없을 만치 빠르게 캔을 딴다. 홍철 역시 손톱이 들리는 부상을 당하고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한다.

<무한도전>의 시청자는 단순 수용자가 아니다. 아이디어를 내고, 방송에 참여하며, 후기를 통해 제작진과 쌍방향 소통한다. 몰입도와 충성도가 높아 ‘무도폐인’이라 불리는 이들은 음반, 달력 등 관련 상품을 적극 구매한다. 예상을 뒤엎는 하하의 캔 따기 승리로 관객 3100명이 일시에 탈락했다. 그중에는 분노를 표출한 이도 있었다 한다. 그러나 이런 소동도 ‘무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누가 이런 사태를 예측할 수 있었으랴. 정준하는 관객과 스태프 4000명에게 핫도그를 ‘쏘았다’. 어휴, 핫도그 값이 경차 값이다. <무한도전>은 적확한 목표 설정과 합리적 노동 과정이라는 근대성을 뛰어넘는다. 쓸데없는 목표에 무모하게 도전하여 과잉의 수고를 바치는 것이 <무한도전>의 본령이다. 이에 ‘잉여인’들이 공감하고 화답한다. ‘잉여성 쩌는’ 충동의 에너지로 합리적 계산력 따위를 무력화시키는 것, 7년째 예능 지존을 달려온 <무한도전>의 힘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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