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01 20:43
수정 : 2015.04.29 16:32
황진미의 TV톡톡
<한국방송>의 ‘대국민토크쇼 안녕하세요’는 일반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토크쇼이다. 2010년 11월22일 처음 방송된 이후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1년이 지난 후부터 <문화방송> ‘놀러와’와 동시간대 시청률을 근소한 차로 겨루고 있다. 지금은 방송 직후 출연자들의 사연이 검색순위에 올라가고, 개인홍보를 위한 의도적인 출연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으키는, 대단히 ‘핫’한 프로그램이다. 초창기 ‘안녕하세요’는 일반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보다 초대손님으로 나온 연예인들의 사연이나 입담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접수된 고민의 사례가 누적되지 않아서인지, 고민의 정도나 공감 방식도 피상적이었다. 신동엽, 이영자, 정찬우, 김태균의 4인 사회자 체제도 출발부터 완비됐던 건 아니었다. 4인의 사회자가 자신이 맡은 사연을 맛깔스럽게 소개하고, 방청객들의 공감투표로 제보자에게 상금을 주는 지금의 형식은 몇 달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안착된 것이다. ‘안녕하세요’의 재미는 크게 두 가지에 기인한다. 고민을 들어준다는 고유한 콘텐츠와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4인 사회자 체제 말이다.
남의 고민 들어주는 게 뭐 그리 재미있냐고? 흔히 행복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불행의 모습은 제각각이란 말이 있다. 고민은 본래 개별적이며, 고민의 정도나 방향이 다 다르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기인들부터 의부증처럼 심각한 갈등까지. 그렇다고 이 프로그램이 전문적 상담이나 조언을 해주진 않는다. 솔루션(해법)을 지향한다며 오지랖을 떨지도 않는다. 사연은 ‘다큐’이지만, 형식은 철저한 ‘예능’이다. 하지만 고민을 웃음거리로 소비해버리지도 않는다. 개입과 희화화 사이에 이 프로그램이 놓인다.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다. 제보자의 말만 듣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도 초대해 말을 들어보고, 주변인들의 증언도 들어본다. 사회자들은 주객관적 판단으로 “진짜 고민이겠네요” 하며 맞장구를 치거나, “듣고 보니 제보자 분이 더 문제 같은데?” 하며 너스레를 떤다. 보통 자신만의 답답한 일을 겪을 때 “길을 막고 물어봐라, 누가 문제인지?”라고 말하는, 딱 그 정도의 기능을 이 프로그램이 제공한다. 제보자들은 고민을 말하고 공감을 얻었다는 사실에 후련해하기도 하고, 고민거리가 아니라는 말에 위로받기도 한다. 가슴 큰 여성, 키 작은 남성 등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례들은 사회적 편견의 벽을 오롯이 보여주기도 한다.
‘안녕하세요’의 재미에 사회자들의 하모니를 빼놓을 수 없다. 신동엽은 ‘변태스러움’의 경계를 살짝살짝 오가며 추임새를 넣다가 출연진의 발언이 수위를 넘을 땐 재빨리 무마하는 기막힌 순발력을 보인다. 이영자는 오랫동안 신동엽과 콤비를 이루었던 사회자로, 푸근한 공감능력과 놀라운 식탐으로 방청객을 아우른다. 때로 신동엽과 벌이는 톰과 제리 식의 몸 개그는 보너스이다. 여기에 라디오 최고의 코믹토크쇼 ‘두시탈출 컬투쇼’를 옮겨놓은 듯한 정찬우, 김태균의 입담이 가세한다. 김태균은 새침한 여자 목소리로 사연을 읽고, 정찬우는 의뭉스런 말본새로 눙치며 정곡을 찌른다. 가히 우주 최강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하였던가. 비극과 희극, 그 사이에 우리네 삶이 있다. 브라보 유어 라이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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