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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5 11:03 수정 : 2015.04.29 14:05

〈개그콘서트〉의 ‘네 가지’. 한국방송 제공

황진미의 TV 톡톡
‘소수자들의 외침’ 담은 <개그콘서트>의 ‘네 가지’
‘뚱뚱한 남자’ 김준현, ‘타자화’의 딜레마 잘 표현해

 요즘 <개그콘서트>(한국방송)의 가장 인기 있는 꼭지는 ‘네 가지’이다. “우리는 세상 모든 여자들이 싫어하는 조건을 한 가지씩, 도합 네 가지를 가지고 있는 남자들이다. 우리의 이야기들은 전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알아두기 바란다.” 다소 비장한 음악과 함께 양복을 입은 네 명의 사내들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억울함을 토로한다. 1월15일 첫 방송 이후, “오해를 받으며 살아가는 남자들을 대변”하는 ‘네 가지’는 최고의 웃음과 공감을 끌어내는 꼭지로 급부상하였다. 비결이 뭘까?

 ‘네 가지’는 ‘소수자들의 외침’을 담은 꼭지이다. 뚱뚱한 남자, 키 작은 남자, 무섭게 생긴 남자, 촌티 나는 남자, 돈 안 쓰는 남자, 안 웃긴 남자, 인기 없는 남자 등등. 그들이 일상에서 겪는 편견들을 한풀이 하듯 쏟아낸다. 뚱뚱한 남자는 “나라고 맛집 전화번호를 다 외우고 있는 줄 알아? 나도 그냥 전단지 보고 시켜먹어~”라 말하고, 촌티 나는 남자는 “나도 피시방 마우스 잡고 자랐어!” 라고 외친다. 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상대를 오해하거나, 오해받으며 살지 않던가. 뚱뚱한 사람은 전부 식탐의 소유자로 보고 누가 누군지 구별조차 하지 않는다. 지방 사람들은 모두 ‘전원일기’와 같은 생활을 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살찐 사람은 전부 “돼지”이고, 서울이 아니면 다 “시골”일까. 이는 ‘날씬함’과 ‘서울’을 표준으로 삼고, 그밖의 존재들에게 해묵은 고정관념을 덧씌워 ‘타자화’하는 방식이다.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한 ‘타자화’의 구체적인 실례들이 쏟아질 때마다, 웃음과 공감이 빵빵 터진다.  

〈개그콘서트〉의 ‘네 가지’에서 ‘뚱뚱한 남자’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김준현. 한국방송 제공
 ‘네 가지’의 백미는 단연 김준현이다. 다른 출연자들이 설정을 바꾸거나, 하차하거나, 새로 투입되는 동안 김준현은 시종 ‘뚱뚱한 남자’였다. 임의적 설정이 아닌 숙명적 핸디캡이기에, 그의 사연은 더 사실적이다. 김준현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평범한 대사를 “고~?O?”로 살려 유행어를 만들고, ‘생활의 발견’에서 초반 엑스트라 급 배역을 주요 조연으로 키운 저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콩트 연기력도 좋지만, 스탠딩 개그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한다. 2006년 <폭소클럽2>의 ‘미스터(Mr) 귀족’에서 혼자 와인 잔을 들고 “치얼스~”를 외치며 데뷔한 이래, <개그콘서트>에서 “초특급 스릴러 대작, 아기돼지 앤 삼형제~”를 맛깔나게 살리고, ‘잎새반 김준현 어린이’가 되어 숨넘어갈 듯한 웅변을 선보이지 않았던가. 김준현은 스탠딩 개그의 일종인 ‘네 가지’에서 관객과 시청자들의 시선을 움켜쥐는 강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네 가지’의 하이라이트인 김준현의 대사 중 가장 웃기는 대목은 “물론, 나도 잠깐 생각은 해봤어. 하지만…”이다. 오해를 벗고자 울분을 토하는 장에서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는 어떤 진실들. 사실 ‘타자화’를 겪는 수많은 소수자들은 “그것은 오해입니다”라 외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완전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딜레마를 겪는다. 완전히 그렇게만 보는 것에 반대하지만, 완전히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 그 어떤 지점에 진실이 숨어 있다. 그 내밀한 속엣말을 듣기 위해서라도, 일단 “마음만은 홀~쭉하다”는 주장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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