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의 ‘네 가지’.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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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미의 TV 톡톡
‘소수자들의 외침’ 담은 <개그콘서트>의 ‘네 가지’
‘뚱뚱한 남자’ 김준현, ‘타자화’의 딜레마 잘 표현해
요즘 <개그콘서트>(한국방송)의 가장 인기 있는 꼭지는 ‘네 가지’이다. “우리는 세상 모든 여자들이 싫어하는 조건을 한 가지씩, 도합 네 가지를 가지고 있는 남자들이다. 우리의 이야기들은 전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알아두기 바란다.” 다소 비장한 음악과 함께 양복을 입은 네 명의 사내들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억울함을 토로한다. 1월15일 첫 방송 이후, “오해를 받으며 살아가는 남자들을 대변”하는 ‘네 가지’는 최고의 웃음과 공감을 끌어내는 꼭지로 급부상하였다. 비결이 뭘까?
‘네 가지’는 ‘소수자들의 외침’을 담은 꼭지이다. 뚱뚱한 남자, 키 작은 남자, 무섭게 생긴 남자, 촌티 나는 남자, 돈 안 쓰는 남자, 안 웃긴 남자, 인기 없는 남자 등등. 그들이 일상에서 겪는 편견들을 한풀이 하듯 쏟아낸다. 뚱뚱한 남자는 “나라고 맛집 전화번호를 다 외우고 있는 줄 알아? 나도 그냥 전단지 보고 시켜먹어~”라 말하고, 촌티 나는 남자는 “나도 피시방 마우스 잡고 자랐어!” 라고 외친다. 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상대를 오해하거나, 오해받으며 살지 않던가. 뚱뚱한 사람은 전부 식탐의 소유자로 보고 누가 누군지 구별조차 하지 않는다. 지방 사람들은 모두 ‘전원일기’와 같은 생활을 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살찐 사람은 전부 “돼지”이고, 서울이 아니면 다 “시골”일까. 이는 ‘날씬함’과 ‘서울’을 표준으로 삼고, 그밖의 존재들에게 해묵은 고정관념을 덧씌워 ‘타자화’하는 방식이다.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한 ‘타자화’의 구체적인 실례들이 쏟아질 때마다, 웃음과 공감이 빵빵 터진다.
〈개그콘서트〉의 ‘네 가지’에서 ‘뚱뚱한 남자’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김준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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