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10 14:54
수정 : 2015.04.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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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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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미의 TV톡톡]
낯 뜨거운 자의식 과잉도 추하지 않게 만드는 재주
자신도 상대화시킬수 있는 용기에 있지 않을까
요즘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박진영이다. <서바이벌 오디션-케이팝스타>(케이팝스타)와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힐링캠프)를 거쳐 <개그콘서트>까지. 박진영은 진지함과 우스꽝스러움 사이를 줄타기하며 스스로를 가장 핫한 트렌드로 만들어버리는 탁월한 매니지먼트 능력을 보여주었다.
얼마 전 종영된 <케이팝스타>에서 박진영은 전문적 식견과 남다른 안목으로 혹평을 날리는 심사위원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전문성을 차별화한 <케이팝스타>는 국내 3대 연예기획사를 대표한 박진영, 양현석, 보아가 심사를 맡고, 각 회사가 훈련을 맡았다.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가수 되기’가 실감났기에, 참가자들의 실력과 시청자들의 열기는 드높았다. <케이팝스타>의 재미 중 백미는 박진영의 심사평이었다. 음악에 심취한 느낌을 중시하는 그의 심사평은 “공기, 소울, 필링” 등의 단어가 난무했고, 박진영의 독특한 골상에 ‘뿅간 듯한’ 표정이 아로새겨질 때, 웃기면서도 차마 웃을 수 없는 기묘함이 느껴졌다.
<힐링캠프>에서 박진영은 ‘16년간, 아니 17년간 똑같이 생활해 오신, 자기계발의 달인, 규칙 박진영 선생’으로 등장했다. 매일 건강보조제와 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는 “좋은 영감은 좋은 컨디션에서 온다”는 문화예술 버전의 자기계발 어록을 남겼다. 박진영은 가수이자, 작곡가이자, 제작자이자, 사업가로 성공한 인물이며, 40대인 지금도 현역가수다. 20대에 20억원 벌기의 목표를 달성했고, 미국 시장 진출로 명예도 얻었으며, 자선도 베푼다. 그는 99%를 이루었지만, 1%가 채워지지 않았다며 “이 세상과 인간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 알기 위해 공부한다고 말했다. 진행자들은 황당한 표정이었지만 그의 질문은 일관성이 있다. 그는 종교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본래 질문 안에 답이 있는 법이다. ‘세상과 인간을 누가 왜 만들었나’, 즉 ‘세상과 인간의 창조주이자 주재자인 인격화된 유일신’은 기독교적 신의 관념이다. 세속적 성공, 감사, 경건, 번영의 단어로 이어지는 ‘복음주의’도 짙게 감지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프랭클린 다이어리’, ‘비전, 미션, 감사’로 이어지는 자기계발의 복음들. 2월에 법원에서 내려진 표절 판정 등 박진영의 ‘실패’에 관한 질문들은 그의 ‘성공의 복음’ 안에 들어갈 틈이 없어보였다. 99%는 감동하고 1%는 불편했을 미완의 봉합. 그러나 박진영은 그 1%의 불편함을 자기 풍자로 눙치며 완결 짓는다.
<개그콘서트>에 등장한 박진영은 자신이 진지하게 내뱉었던 심사평들을 웃음의 방식으로 되돌려주었다. 그는 얼굴을 느끼하게 들이대며 “어디가 매력인지 짚어줘”라고 말하는가 하면, “공기 반, 노래 반”이라는 자기 패러디로 진지함을 공기 중에 날려버렸다. 이럴 수가! 그는 이미 자신이 혹평하던 <케이팝스타>의 무대에 자신의 신곡을 갖고 올라, 양현석에게 “자기관리도 실력입니다”란 비아냥 듣기를 감행하지 않았던가. 자신이 작곡한 노래마다 “제이와이피”라는 이니셜을 집어넣는 낯 뜨거운 자의식 과잉도 추하지 않게 만드는 재주가 여기에 있다. 바로 ‘자기 자신도 상대화시킬 수 있는 용기’ 말이다. 그런데 그거 아나? 박진영의 진지함과 자기 희화화를 보며 웃고 즐기는 사이, 박진영의 새 앨범 출시는 온 국민이 다 알게 되었다는 거~북이~.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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