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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11 15:06 수정 : 2015.04.29 14:02

황진미의 TV톡톡
출연자에 대한 ‘희망·절망고문’·시청자들과의 ‘밀당’에만 급급
시청자 “‘훈남’ 로이킴·‘미소년’ 유승우 매력에 욕하며 본다”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는 2009년 음악 전문 케이블채널 <엠넷>에서 시작된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유사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온 뒤에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참가자가 200만명을 넘고, 월드스타가 된 싸이가 심사위원인 가운데, 7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참가자가 200만명이라니, 우리나라 15~39살 인구가 약 1800만명임을 감안하면 9명 중 1명이 참가했단 뜻이다. 심각한 청년실업으로 오디션이 일상문화가 되었다는 씁쓸함과 재능만 있다면 지루하게 살고 싶지 않다는 청춘의 열망이 동시에 느껴지는 대목이다. <슈스케>는 참가자 200만명 돌파에 “재미로 보답하겠습니다”며 사례했다. 청춘의 열정과 절박함을 ‘재미’로 환치시키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 말이다.

<슈스케>의 장르가 음악 쇼가 아닌 드라마, 그것도 ‘막장드라마’란 말이 있다. 예선에선 노래 실력보다 사연이 더 부각되고, 본선에선 탈락과 구제를 반복하는 ‘희망·절망고문’이 자행되며,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시청자들과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양식화되었음을 이르는 말이다. 올해엔 ‘막장드라마’적 성격이 더 심해졌다. 예선에선 강용석 전 의원이 참가하기도 하였고, 한 참가자의 알몸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기도 했다. 본선의 ‘희망·절망고문’에서는 둘 중 하나는 꼭 떨어져야 한다는 ‘라이벌 데스매치’ 탈락자가 패자부활전은 없다는 말과 함께 최종면접으로 구제되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은 최종 결과를 알려주는 순간에도 탈락된 듯한 뉘앙스를 풍기다 “합격입니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울음을 터뜨렸는데, 감격 때문이 아니라 극도의 긴장을 유지하다 이완될 때 나타나는 탈진증상처럼 보였다. ‘악마의 편집’을 통한 시청자와의 ‘밀당’은 “60초 후에 공개됩니다”에서 “다음 주에 공개됩니다”로 이어졌으며, 10월5일 방송분은 아예 노래는 한 곡도 들려주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제작진의 ‘밀당’에 짜증내면서도 <슈스케>를 보는 이유는 순전히 참가자들의 매력 때문이다. 이들은 노래, 연주, 편곡 실력을 갖추었으며, 독특한 섹슈얼리티를 발산한다. 특히 올해 참가자 정준영은 마성의 양성애 섹슈얼리티와 몽환적인 나르시시즘을 내뿜는다. 유승우는 그리스시대의 미소년 에로티시즘을 연상시키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이다. 로이킴은 완벽한 스펙의 ‘훈남’ 스타일을 뽐낸다. 제작진은 참가자들의 재능과 열정을 절취하여 오락적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가학성 논란을 염두에 두었는지 제작진은 “참가자들은 제작 방식에 동의하였다”라는 자막을 실었다. 그러나 명백한 권력관계 앞에서 동의가 무슨 소용이랴. 심사와 심층면접 장면은 권력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심사위원들은 자애로운 듯하지만 권위를 바탕으로 참가자들의 취향과 내면까지 규율하려 하고, 참가자들의 섹슈얼리티를 희롱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욕하면서 보는 게 ‘막장드라마’라더니, 시청자들은 ‘슈스케’를 욕하다가 패러디를 통해 불쾌함을 반사한다. 인터넷에는 <슈스케> 장면들을 교묘하게 편집해 심사위원이 참가자를 성추행하는 듯한 순간 포착 사진이 떠다닌다. 이 사진들은 <슈스케>의 본질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심사위원이 지니는 느끼한 권위, ‘악마의 편집’, 참가자들의 동성애적 섹슈얼리티 등. 패러디물의 제작진에 대한 복수는 통쾌하다. 그러나 청소년 참가자 유승우에 대한 성희롱은 부디 자제되기 바란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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