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04 19:54
수정 : 2015.04.2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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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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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미의 TV 톡톡
<나 혼자 산다>(문화방송)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별다른 설정 없이 보여주는 금요 심야 예능 프로그램이다. 설 특집으로 기획되었던 <남자가 혼자 살 때>가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으로 현재 2회가 방송되었다.
명절 특집으로 <남자가 혼자 살 때>를 편성한 건 역발상의 기획이었다. 명절은 대가족 문화가 지배하는 시간이다. ‘명절 증후군’도 모처럼 대가족 문화를 맞아 겪는 인지부조화 증상이다. 방송은 ‘명절 스트레스’를 뉴스에서 다루면서도, 방송 전체를 대가족 문화로 도배한다. 뉴스 첫 꼭지는 귀성길 스케치이고, 한복을 차려입은 방송인들이 가족 단위로 나오는 왁자지껄한 예능 프로그램과 가족 화해를 담은 특집 드라마가 방송된다.
그러나 현실은 대가족은 물론이고 핵가족마저 해체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1/4을 차지하며, 2030년엔 1/3이 될 전망이다. 3인 이상 가구는 줄어들어, 1인·2인·3인 이상 가구의 분포가 현재 1 대 1 대 2에서 2030년에는 1 대 1 대 1이 될 전망이다. 곧 부모와 아이들로 구성된 핵가족이 더는 대표성을 지니지 못한다. 1인 가구 증가는 세계적 추세로, 영국과 노르웨이에서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1/2이다. 1인 가구 증가는 고학력과 청년실업으로 인한 만혼, 이혼율 증가, 인구 노령화, 주말부부나 ‘기러기 가족’의 증가 등이 원인이다. 과거 1인 가구는 결혼 여부에 따라 미혼·이혼·사별·독신 등으로 세분되거나 연령층을 한정해 ‘독거노인’으로 불렸지만, 이제 독거는 노인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결혼 여부와도 관계없는 흔한 주거 방식이다. 지금껏 독거는 임시적이거나 일탈적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앞으로 결혼이 더 예외적인 것이 될 전망이다. 예컨대 성인이 되면 결혼과 무관하게 독립해서 혼자 살고, 결혼이나 동거 상태에 있다가도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혼자가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노인이 되면 다시 혼자 사는 것으로 이해되어, 전체 생애 주기 관점에서 보면 독거가 성인의 보편적 주거 방식으로 인식될 것이다. 독거는 지금 자본주의 시장이나 복지 정책이 가장 주목하고 대응해야 할 화두다.
<나 혼자 산다>는 이런 흐름을 포착해 ‘혼자남’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성재·김태원은 기러기 아빠고, 김광규·데프콘·서인국·노홍철은 미혼이다. 이성재는 애완견을 키우며 배달 음식과 빨래방을 애용하고, 김태원은 번데기 통조림으로 연명한다. 김광규는 홈쇼핑을 구세주로 여기고, 데프콘은 ‘헬로 키티’ 침구를 쓰며, 서인국은 쓰레기 더미 집에서 뱀을 키우려 한다. 이들은 노홍철 집에 모여 서로를 ‘회원님’으로 부르며 수다를 떤다. 흡사 자조 모임 같다. 노홍철은 우리를 연민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행복하지도 않고, 불행하지도 않은 삶”이라 말하지만, 이들이 살림 노하우를 주고받는 모습은 어쩐지 짠하다. 그 짠함은 동병상련의 정서이다. 시청자들 역시 가족의 체온을 누리며 살지 않기 때문이다. 모처럼 사람을 만나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늘어놓는 출연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수다에 공감하는 시청자들 역시 사람 냄새가 그립긴 마찬가지다. 일상을 나눌 가족과 헤어져, ‘먹방’을 통해 연예인들과 겸상하고 ‘혼자남’들과 침실을 공유한다. 그마저도 고시원과 쪽방을 전전하는 가난한 이들에겐 노홍철의 아파트는 그림의 떡이고, 이성재의 원룸도 부러울 따름이다. 이제 우리가 알던 가족은 없다. 오직 자유롭고 고독한 개인과 ‘따로 또 같이’ 연대하는 삶이 있을 뿐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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