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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27 19:39 수정 : 2015.04.29 13:48

<여왕의 교실>

황진미의 TV 톡톡

<여왕의 교실>은 2005년 일본에서 방송되었던 11부작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문화방송>(MBC) 16부작 수목 드라마로, 6월12일 처음으로 방송되었다. 드라마는 ‘마녀 교사’(고현정)와 초등학교 6학년생들의 갈등을 담은 학원물로, 가히 ‘교육 호러’라 불릴 만하다. 개학 첫날부터 시험을 쳐서 성적순으로 자리를 배정하고, 꼴찌인 두 사람을 ‘꼴찌 반장’에 임명해 청소와 급식 등 잡무를 떠넘긴다. 항의하는 아이들에게 “성적에 의한 특혜와 차별은 공평한 것”이라 말한다. 배식을 하던 ‘꼴찌 반장’이 카레를 엎자, 남은 카레를 성적순으로 나눠주게 한 뒤 “카레를 엎은 자와 공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라”고 말한다. 항의하러 온 학부모들에게는 개별 면담을 통해 “당신의 아이에게 특별히 신경 써서 성적을 올려주겠다”는 말로 자기편을 만든다. ‘마녀 교사’에게 핍박받는 아이들이 우정으로 연대하려는 조짐을 보이면 자신에 대한 반항으로 간주해 함께 노역을 시킨다. “선생님이 틀렸다”고 항의하는 아이에게 ‘마녀 교사’는 “옳고 그름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누가 정하느냐에 달렸다”며, 반항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협박한다. 약자에게 접근해 앞잡이가 되어 아이들을 감시하게 하고, 북한의 ‘5호담당제’처럼 고발과 연대책임으로 아이들을 통제한다.

성적으로 줄 세워 경쟁과 낙인을 부추기고, 열등감을 내면화하는 그의 교육은 극단적이긴 하지만 ‘신자유주의 교육 철학’에 근거한다. 지난 교육감 선거 결과가 보여주듯 이를 환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규율과 복종을 강요하며 회유와 협박, 이간질과 인신공격까지 감행하는 건 독재 권력의 횡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 한 아이의 가정사를 까발리며 정신분석까지 곁들이는 그의 행위는 가학적이다.

그의 권력은 정보력에서 나온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어디에나 나타난다. 가히 신의 모습이다. 현실의 모순을 비추기 위해 과장된 전지전능한 캐릭터이고, 위압적인 패션과 절제된 태도가 눈에 띄며, 과거 사연을 지닌다는 점에서, 역시 일본 드라마가 원작인 <직장의 신>의 ‘미스 김’이 떠오른다. 그러나 둘은 매우 다르다. ‘미스 김’이 상대했던 것은 회사의 정규직들이며, 비정규직이라는 ‘을’의 입장에서 신자유주의 노동 현실을 비추었다. 하지만 ‘마녀 교사’가 상대하는 것은 아이들이며, 그는 교사라는 ‘슈퍼 갑’의 권력을 남용해, 신자유주의와 독재 권력이 상승 작용하는 교육 현실을 격화시켜 보여준다.

일본판은 ‘마녀 교사’가 헌신적인 교사였고, 그의 교육 덕분에 성장한 아이들이 깊은 뜻을 알게 된다는 결론을 지닌다. 또한 특집판을 통해 왜 ‘마녀 교사’가 되었는지 그의 전사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비현실적이고 작용 방향이 뒤집힌 캐릭터를 현실과 윤리로 봉합시키기 위한 억지이다. 그가 선의를 지녔다 한들, 자신의 행위가 아이들 개개인에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을까. 그러한 확신이야말로 아이들이 모두 개별적인 주체임을 부정하고, 아이들을 그저 ‘선의’의 실험 대상으로 여기는 독재적 사고의 전형이다.

‘험한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기 위해 ‘험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에게 두 가지를 말해두고 싶다. 첫째, 당신이 아니어도 아이들은 이미 충분히 ‘험한 사회’를 살고 있으며, 둘째, 애먼 사람 납치해 고문해놓고 생의 가치를 일깨우기 위함이었다고 말하는 <쏘우>의 범인과 개똥철학을 겨루시라고.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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