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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20 19:36 수정 : 2015.04.29 16:36

의학 드라마 <굿닥터>

황진미의 ‘TV 톡톡’

<굿닥터>는 서번트 증후군을 지닌 박시온(주원)이 의사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의학 드라마로, 8월5일 첫 방송부터 시청률 돌풍을 일으키며 화제를 낳고 있다.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 증상이 있으면서 특정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경우를 말하며, 영화 <레인맨> <하늘과 바다> <간기남>, 드라마 <출생의 비밀> 등에도 등장했다. 주로 암기나 계산, 음악이나 미술 등에 특출한 재능을 보이는 것으로 묘사되었는데, <굿닥터>에서는 암기력과 공간 지각력이 의학적 재능으로 활용된다. <굿닥터>는 서번트 증후군으로 천재적인 실력을 지녔지만 사회생활에 장애가 있는 주인공이 소아외과 전공의로 겪는 좌충우돌을 통해 ‘굿 닥터’란 무엇인지 탐문하는 드라마이다.

흔히 좋은 의사라면 어떤 의사를 떠올리는가.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의사’나 ‘환자 치료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의사’ 등을 꼽는다.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지 저울질했던 드라마도 많았다. 그러나 <굿닥터>는 낡은 이분법을 답습하지 않는다. 시온은 서번트 증후군으로 인해 천재적인 실력과 환자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강박을 지닌 의사이다. 그렇다면 그가 ‘굿 닥터’인가? 대답이 그리 쉽지는 않다.

의료는 분업과 협업으로 돌아가는 체계이며, 병원은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이다. 시온은 관료적인 병원 질서 앞에서 번번이 물의를 일으킨다. 드라마는 병원 질서를 악으로 그리지 않는다. 드라마는 누구의 환자인지를 엄격히 구분하는 것도 환자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질서임을 짚어준다. 또한 시온의 장애에 대한 부당한 편견과 더불어 팀워크를 깨뜨리는 시온이 얼마나 민폐를 끼치는 존재인지도 균형감 있게 보여준다.

만약 드라마가 실력과 진심을 지녔지만 사회생활에 미숙한 시온을 ‘굿 닥터’로 치켜세우며, 실력도 진심도 없이 알력 다툼에만 매진하는 ‘나쁜 의사들’과 대비시키는 손쉬운 흑백 구도를 취했더라면 <마의> 이상의 재미를 주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시온의 강박이 장애의 산물이지 고도의 윤리의식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영화 <패치 아담스>의 주인공은 아이들과 놀아주고자 눈높이를 낮췄지만, 시온은 진짜로 아이들과 놀고 싶어 한다! 실력과 진심은 물론이고 리더십까지 갖춘 부교수 김도한(주상욱)은 “사리 분별 못하지만 실력은 최고인 의사보다 사리 분별 할 줄 아는 평범한 의사가 낫다”고 잘라 말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말뿐만 아니라, 스승에 대한 존경과 동업자에 대한 형제애도 중요하게 명시되어 있다. 드라마는 냉철한 이성을 지닌 김도한과 강박적 진심을 지닌 시온을 대비시키며, 이들 사이에서 더 좋은 의사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하는 전임의 차윤서(문채원)를 보여준다. 차윤서와 시온은 함께 성장하는 캐릭터이다. 드라마는 이들을 통해 의료윤리를 깊이 탐색한다.

드라마는 ‘나쁜 의사’의 예로 방어 진료를 보여준다. 의료 시스템을 잘 모르는 이들은 경제적 유인이나 실적을 위해 과잉 진료하는 의사들을 주로 문제 삼지만, 의료 현장에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방어 진료이다. 드라마는 환자의 죽음에 대한 부당한 책임까지 떠안을 각오로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의 윤리를 보여준다. 과잉 진료의 프레임으로 인해 의사와 환자 사이의 불신의 골이 더 깊어진 지금, 모처럼 의료윤리를 탐문하는 드라마 <굿닥터>를 통해 의사와 환자 사이의 불신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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