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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9.26 19:30 수정 : 2015.04.29 11:47

<굿닥터>

황진미의 TV 톡톡

<굿닥터>가 시청률 고공 행진과 더불어, 연일 화제를 쏟아내고 있다. <굿닥터>는 서번트 증후군을 지닌 의사를 통해 ‘좋은 의사’는 어떤 의사인가를 탐문하는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의료 현장을 간접적으로 경험시키고 의료윤리의 문제를 고민하게 함으로써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 회복에 도움을 준다. 최고의 의학 지식과 진심을 지녔지만, 사리 분별에 약하고 조직 생활에 서툰 주인공은 비록 현실성은 떨어질망정 의료윤리를 다루기에 최적의 인물이다. 의학 드라마는 의학이 지닌 전문성으로 인해 자칫 ‘그들만의 리그’로 보이기 쉬운 단점이 있다. 즉 인물들이 너무 잘나 보이거나 이상적으로 그려지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그러나 <굿닥터>는 장애로 인해 어린아이 같은 심성을 지닌 주인공이 차츰 조직에 적응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그를 응원하면서 그의 눈높이에서 의료 현장을 바라보며, 최고의 지식이나 진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의료 현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게 된다.

둘째, 소아외과의 중요성과 아동 학대의 문제 등을 환기시킨다. 국내 전문의 제도에서 소아외과 전공의 과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아외과는 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1~2년간의 전임의 과정을 거쳐 얻게 되는 특수 전공이다. 국내에선 소아 수술의 특수성이나 난이도를 인정받지 못해서 소아외과가 따로 있는 병원이나 전공자가 드물다. 드라마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소아외과 전공의를 통해 소아외과의 가치를 일깨우며, 다양한 환아들의 사연을 통해 아동 학대의 문제를 일깨운다. 어린 시절 학대의 경험이 있는 주인공은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그들의 몸과 마음을 돌본다. 주인공은 일, 사랑, 부모와의 대면 등을 통해 큰 변화와 성장을 겪는다. 그는 이제 진료 절차를 무시하거나 환자에게 막연한 희망을 말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그는 거짓말을 할 줄 알고, 사랑의 감정을 전할 줄 알며, 폭력에 맞설 줄도 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자폐가 아니다. 그의 천재적인 재능도 어느 순간 사라진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 점을 크게 부각하지 않는다. 이는 그가 천재적인 재능으로 인해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과 소통하고 동료들과 조화를 이루며 끊임없는 성장을 통해 ‘좋은 의사’가 되는 까닭이다.

셋째, 영리병원이라는 화두를 통해 의료가 시장에 잠식되어가는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던진다. <굿닥터>에는 노골적인 악역이 없다. 악역처럼 보였던 과장이나 경영기획실장도 사실은 외롭고 따뜻한 사람이었고, 냉담해 보이는 부원장 역시 아들을 살리고픈 아버지일 뿐이다. 드라마에서 악은 병원을 인수하여 영리병원으로 전환하려는 자본의 세력이다. 국내 의료 제도상 영리병원은 아직 현실적이지 않지만, 의료의 상업화가 가속되는 현실에서 충분히 고민해볼 문제이다. 드라마에서 의사들은 영리병원이 “의사 입장에서 좋은 점도 있다”고 말한다. 돈이 되지 않는 과라는 이유로 번번이 예산을 삭감당하고 존폐 위협에 시달리던 의사들의 입장에서 최상의 진료를 지원한다는 병원은 소망할 만하다. 그러나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라 할지라도 “환자들이 돈이 없어 이용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의사들은 멈칫한다. ‘좋은 의사’ 란 진료의 순간은 물론이고, 의료 제도의 변화 앞에서도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의사이다. 의료의 공공성이 날로 위협받는 오늘날, 이는 더욱 요구되는 ‘좋은 의사’의 자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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