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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12 19:56 수정 : 2015.04.29 11:39

<따뜻한 말 한마디>

황진미의 TV 톡톡

<따뜻한 말 한마디>(<따말>·사진)는 불륜을 소재로 한 <에스비에스>(SBS) 20부작 월화드라마로, 유독 극본이 돋보인다. 하명희 작가는 십년 넘게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을 쓰면서 쌓아온 부부 사이에 관한 통찰을 압축적으로 풀어놓는다. ‘갑툭튀’, ‘갑질’ 등 방송에서 잘 쓰지 않는 신조어를 활용하여 말맛을 살리고, “당신, 밖에서 이상한 것 먹고 다니는 것 싫어” 같은 중의적인 표현으로 우아함을 높였다.

은진(한혜진)은 성수(이상우)와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하지만, 수년 전 성수의 외도로 부부 사이에 금이 갔다. 은진은 자상한 사업가 재학(지진희)과 사랑에 빠진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미경(김지수)은 은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재학에게 미행을 붙인다. 아내가 자신을 감시해온 것을 안 재학은 아내를 비난하고, 18년간 착한 아내이자 심술궂은 시모 수발까지 들어온 미경은 감정을 폭발시키는데….

<따말>은 불륜에 주목하기보다 불륜을 둘러싼 사람들의 심리에 집중한다. 또한 스릴러적인 요소를 가미해 심리 스릴러 장르를 취한다. <따말>은 기존 드라마들이 불륜의 쾌락을 보여주며 뚜렷한 선악 구도를 통해 암묵적인 단죄의 태도를 취했던 것과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 드라마는 첫 회에서 간통죄에 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려주면서 “더 이상 ‘조강지처 드립’이 통하지 않는다”는 대사를 통해 드라마가 일방적으로 조강지처의 입장에 서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 드라마는 불륜의 쾌락을 소비하거나 도덕적 단죄를 드리우지 않고, 불륜으로 인해 분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가령 가장 노출이 심했던 샤워 장면은 불륜에 빠진 두 사람의 환락이 아니라, 미경이 지옥처럼 상상한 두 사람의 환락이었다.

<따말>은 마치 심리학 책을 읽는 것처럼 심리학적 언설로 가득하다. 은진의 엄마는 “불륜은 배우자의 영혼을 죽이는 것”이라고 연설을 하고, 미경과 어린 시절 상처에 대해 조곤조곤 말하던 이복동생은 “우린 이런 이야기를 해야 돼”라고 덧붙인다. 심지어 8살 딸은 늦게 들어온 자신을 때리는 엄마에게 “내가 중요한 사람인 것을 확인받고 싶었다”고 말한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정체성, 가치관, 지배 욕구, 이상 행동, 공황장애 등의 용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하며, 다른 사람의 성격이나 자신의 심리를 간결하게 서술한다. 이처럼 드라마 속 모든 인물들이 심리학의 달인처럼 말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이는 뚜렷한 목적을 지닌 설정으로 보인다.

<따말>은 일종의 심리학 텍스트로, 모든 인물들의 심리를 면밀하게 고찰하여 기술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 결과로 모든 인물의 입장이 다 이해된다. 심지어 밉살스럽기만 한 시모의 행동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드라마는 누구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심리를 파보면 이해되지 못할 사람이 없음을 납득시킨다. “범죄자는 특별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는 은진의 내레이션은 “불륜 하는 여자들은 정말 이상한 여자들인 줄 알았어”라는 미경의 내레이션으로 변주되며, 드라마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 특별한 행동을 하게 되는 이유를 살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정말 특이한 사람에 대해서는 “캐릭터는 인정해주어야지” 하고 넘길 줄 아는 태도를 제시한다. 이러한 태도가 드라마가 요리에 빗대어 설파하는 “별것 아닌 것을 별것처럼 보이게 하는” 특별한 삶의 기술이자, <따말>을 특별한 드라마로 만드는 힘임에 틀림없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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