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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02 19:45 수정 : 2015.10.23 14:56

<별에서 온 그대>(에스비에스)

황진미의 TV 톡톡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에스비에스)는 전지현과 김수현이 주연을 맡고,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박지은 작가와 <뿌리 깊은 나무>의 장태유 피디가 만든 판타지 멜로물이다. 초특급 배우와 극본, 연출이 만난 만큼 시청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별그대>는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에 기록된 ‘미확인비행물체(UFO) 출몰 사건’에서 출발한다. 약 400년 전 조선에 온 외계인(김수현)은 늙지도 않은 채 계속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는 뛰어난 오감과 초능력을 지니지만 10년마다 신분 세탁을 해가며 사람들 속에서 살아간다. 이제 3개월 후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이지만 톱스타 천송이(전지현)를 만나 복잡해진다. 천송이는 그가 처음 지구에 왔을 때 만난 어린 과부의 환생으로 추정되며, 최근 라이벌이었던 여배우의 죽음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 위기에 빠진다.

<별그대>는 매우 재미있다. 재미의 상당 부분은 배우들에게서 온다. 전지현은 화면 가득 ‘스페셜’한 생동감을 내뿜으며 ‘전지현이 왜 전지현인지’를 입증한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보았던 야생마처럼 튀는 발랄함이나 <도둑들>에서 보았던 섹시하면서도 친근한 이미지, 시에프(CF)를 통해 보았던 압도적인 ‘여신 비주얼’ 등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도도하면서도 솔직하고 ‘싸가지’ 없으면서도 귀여운 톱스타 천송이라는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곧바로 이해시킨다. 김수현 역시 밀리지 않는다. <해를 품은 달>에서 보았던 ‘태도는 근엄하나 눈빛은 따뜻한’ 아이러니한 매력이 드라마 전체를 지배한다. 젊고 반듯한 얼굴에 긴 목선과 다리, 그리고 안정감 있는 목소리는 400년간 젊게 살아왔다는 설정을 묘하게 납득시킨다. 박해진, 유인나, 나영희 등 조연들의 연기도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다.

<별그대>는 대중이 스타를 숭배하고 소비하는 메커니즘을 잘 보여준다. “생얼로 나갔다간 생매장당한다”는 대사처럼, 스타의 일상을 쫓는 카메라는 환상의 극치이지만, 스타에게도 일상은 있다. 그의 일상은 다이어트로 배고프고, 악성 댓글로 배부르다. 천송이는 “사람들은 내 앞에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면서 뒤에선 욕을 한다”고 말한다. 천송이의 유일한 낙은 광고판의 자기 얼굴을 보는 것이다. 스타는 가면을 쓴 외로운 존재이자 오직 나르시시즘으로 불안감을 버틴다는 점에서 현대인의 실존적 상황을 가장 극대화시켜 보여주는 존재이다. 사람들이 스타에게 애정과 질투를 쏟아내는 진짜 이유는 자신의 외로움과 불안감을 투사하는 것이다.

<별그대>는 톱스타와 대중의 관계를 거울처럼 비추며 시청자들을 톱스타의 옆자리로 끌어들인다. 시청자들은 천송이에게 감정이입을 일으키는데, 여기서부터 김수현과의 로맨스는 완벽한 소망 충족 판타지로 작용한다. 여느 드라마였다면 천송이와 재벌 2세(박해진)와의 로맨스를 그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남자는 바람을 피우거나 늙을 것이고, ‘시월드’는 천박하거나 복잡할 것이다. 그러나 영원한 젊음, 400년을 이어온 유서 깊은 부유함과 가족도 없는 단출함, 다른 사람들에겐 까칠하면서도 오직 나만을 운명처럼 사랑하며 위기의 순간엔 초능력으로 나를 지켜주는 남자라니! 이쯤은 되어야 아예 톱스타에게 빙의된 시청자들의 ‘꿈속 입맞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스타’가 되어 ‘별에서 온 그대’를 만나야 지상의 이 몹쓸 현실을 견뎌낼 수 있다. 어디선가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라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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