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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13 17:04 수정 : 2015.04.27 18:38

드라마 ‘신의 선물’

황진미의 TV톡톡

<신의 선물-14일>(에스비에스)은 16부작 스릴러로, 현재 4회까지 방송되었다. 드라마는 딸이 유괴되기 전으로 돌아간 엄마가 사건이 일어나지 못하게 막는다는 판타지적 설정으로 흥미를 더한다.

수현(이보영)은 텔레비전 공개수배 프로그램 작가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인권변호사 남편과 9살 샛별을 키운다. 범죄와의 전쟁과 사형 집행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서울 강남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공개수배 프로그램에서 용의자 몽타주를 공개하자, 범인임을 자처하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그는 생방송 도중 자신이 샛별을 납치하였으며, 아이가 죽는 것은 대통령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국이 발칵 뒤집힌 가운데, 수현은 딸을 살리기 위해 경찰을 따돌리고 혼자서 유괴범을 쫓고 방송에 나와 유괴범에게 눈물로 호소해보지만, 며칠 후 샛별은 저수지의 시체로 발견된다. 정부는 흉흉해진 민심을 무마하기 위해 수년간 중지해 온 사형 집행을 발표한다. 딸의 죽음에 책임을 느낀 수현은 저수지에 뛰어드는데, 그 옆에선 전직형사로 흥신소를 운영하는 기동찬(조승우)이 조폭들에 의해 저수지에 던져진다. 같은 시각, 기동찬의 형의 사형이 집행된다. 물에 빠진 기동찬은 탈출하면서 수현을 구해주는데, 이후 두 사람은 샛별이 납치되기 2주 전으로 시간이 돌아가있음을 알고 경악한다. 수현은 딸의 유괴를 막기 위해 무작정 외국행을 시도하지만, 한번 일어난 사건은 조금씩 변주될 뿐 큰 차이 없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딸의 죽음을 막으려면 살인범을 직접 잡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수현은 기동찬과 함께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 시각의 현장으로 뛰어든다.

드라마는 탄탄한 연기력과 짜임새 있는 연출로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작가와 전직 형사가 연쇄살인범을 쫓는다는 전형적인 추리극 형식에, 과거로 돌아가 사건에 개입하여 미래를 변화시킨다는 과학 소설적 재미까지 더해져 흡인력이 높다. 드라마는 폭풍 전개로 4회 만에 용의자로 보이는 한 사람이 검거되는 장면까지 보여준다. 드라마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을 낳고 있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바로 형벌 포퓰리즘과 사형제에 관한 중요한 논의를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는 강력범죄와의 전쟁과 사형제 시행을 공약으로 당선된 대통령과, 텔레비전 토론에서 사형제 반대를 주장했다가 토마토를 맞는 사람의 모습을 비춘다. 오늘날 범죄 위험은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는 실제보다 부풀려져 체감되는 불안이다. 신자유주의 질서 하에서 시장의 불안정성은 높아지고 복지 정책은 축소되면서, 시민들은 통제할 수 없는 불안을 느낀다. 안전은 개인의 몫이 되었고, 시민들은 개인 안전의 영역에서만이라도 통제력을 확보하고자 안전에 집착한다. 여기에 기업의 안전 마케팅과 정치권의 형벌 포퓰리즘이 편승한다. 정부는 여론 무마용으로 형량 강화와 사형제 시행을 빼드는데, 이는 복지 예산 없이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뭔가 생색낼 수 있는 가장 저급한 정책이다. 사형제는 범죄율을 낮추거나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실질적 효과가 없지만, 대중의 범죄에 대한 공포심을 범죄자에 대한 증오심으로 상쇄시키는 심리적인 효과를 지닌다. 드라마는 기동찬의 목격자 진술로 사형 선고를 받은 기동찬의 지적장애인 형이 진범이 아닐 가능성을 암시하는데, 이는 사형제가 지닌 가장 큰 맹점인 오판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드라마가 던진 형벌 포퓰리즘과 사형제의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풀려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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