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4.10 19:28
수정 : 2015.10.23 14:52
|
드라마 <쓰리 데이즈>.
|
황진미의 TV 톡톡
<쓰리 데이즈>(사진)는 16부작 정치 스릴러이다. 드라마는 ‘기밀문서 98’을 작성하던 한기준 청와대 경제수석의 교통사고로 시작된다. 집권 3년 차인 이동휘 대통령(손현주)의 지지율이 10%로 떨어지고, 1998년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특검수사가 벌어지는 가운데, 재래시장을 찾은 대통령에게 밀가루가 투척된다. 한기준 수석의 아들이자 대통령 경호관인 한태경(박유천)은 밀가루 투척 사건을 조사하다 아버지의 죽음이 ‘양진리 사건’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양진리 사건은 1998년 북한 정찰대가 해안마을에 침투해 민간인을 포함해 24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대통령이 휴가 중인 청수대 일대에 정전이 일어나고 총성이 울린다. 수행원들이 사망한 가운데, 대통령은 행방불명된다. 그 시각 대통령은 수행원 몰래 청수대를 빠져나와 특검을 만나러 가다 사고를 당한다. 한태경은 스승처럼 따르던 경호실장이 대통령을 저격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방아쇠를 당긴 뒤 혼란에 빠진다. 특검은 양진리 사건이 당시 미국 무기회사 팔콘의 컨설턴트였던 이동휘가 한국 정부에 무기를 팔기 위해 북한 군부에 1천만달러를 건네고 일으킨 ‘북풍’ 사건이었다고 발표한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 상정된 가운데, 또다른 북풍 사건이 일어날 조짐들이 발견되는데….
<쓰리 데이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드라마이다. 청와대 경호실을 중심으로, 대통령 암살, 탄핵, 북풍 조작 등 굉장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신문, 호텔, 보안, 통신, 군수산업 등을 보유한 재신그룹이 있다. 16년 전 그룹을 물려받은 김도진 회장은 국정원, 군, 여당 국회의원 등을 움직여 양진리 사건을 일으켰고, 이동휘를 대통령 자리에 앉혔으며,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실패하자 탄핵을 추진한다. 또한 새로운 북풍 조작으로 한국 경제 신인도를 하락시켜 제2의 외환위기를 불러오고, 그사이 외국 투기자본을 움직여 엄청난 돈을 벌겠다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드라마는 현실정치의 여러 국면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1997년 대선 직전 청와대 행정관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인사를 만나 휴전선에서 총격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총풍’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1987년 대선 직전 항공기 폭파와 김현희 압송 등 선거를 앞두고 반복되었던 북풍의 상당수가 조작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근거가 생겼다. 4년 전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폭침되었다는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는 약 70%의 국민들 중 상당수가 천안함 사건 역시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북풍 조작이 아닐까 의심한다. 최근 추락한 무인비행기를 둘러싼 정부 발표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의 의심이 존재한다.
드라마는 북풍 조작이라는 뜨거운 소재를 통해 자본과 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전개한다. 김도진은 사람 목숨이나 국민경제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대한민국 전체가 위기에 빠지더라도 큰돈을 버는 것을 추구한다. 이러한 자본의 욕망에 관료, 정치인, 군 장성 등이 각자 이익을 위해 결합한다. 진실보다 정권 유지가 중요하다는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과거의 진실이 국민들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실용주의적으로 묻는다. 그러나 억압된 과거는 언제나 괴물이 되어 현실로 쳐들어온다. ‘도심 테러를 통한 제2의 외환위기’라는 끔찍한 재앙은 자본의 유혹과 자기합리화를 통해 그에 편승하였던 많은 이들의 욕망이 빚어낸 양진리 사건이 진실의 바깥에서 16년간 숙성되어 돌아온 결과이다. 진실이 곧 민생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