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11 19:10
수정 : 2015.10.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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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만 할래>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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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미의 TV 톡톡
<사랑만 할래>와 <소원을 말해봐>는 현재 <에스비에스>와 <문화방송>에서 저녁 7시20분대에 방송되는 일일드라마이다. 두 드라마는 매우 큰 공통점을 지닌다.
<사랑만 할래>(사진)에서 이영란(이응경)은 혼전임신으로 아들을 낳지만, 남자가 죽자 아들을 남자의 어머니에게 빼앗긴다. 영란은 병원 이사장 아들과 결혼한 뒤, 시집살이를 견디며 전처소생의 유리 남매를 키운다. 영란은 아들이 죽은 줄 알고 있었지만, 아들은 삼촌부부에게 입적되어 의사로 자라난다. 영란을 친엄마로 알고 있는 유리는 태양(서하준)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영란은 태양이 친자임을 모르는 채, 자신의 과거와 얽혀있는 집안의 아들이란 이유로 둘의 교제를 반대하고, 태양을 음해한다. 평생 시어머니의 멸시를 받아왔으나, 시어머니의 와병으로 이제 집안과 재단에서 권력을 잡아볼 기회를 엿보던 영란은 자신의 과거가 탄로 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점점 히스테리적으로 변해간다. 영란은 악행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태양이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되자 죄책감에 자살을 시도한다.
<소원을 말해봐>에서 신혜란(차화연)은 친구인 이정숙의 애인과 정을 통해 딸을 낳은 뒤, 딸을 외국에 입양시키고 결혼하려 한다. 이정숙이 딸을 거두어 소원(오지은)이란 이름으로 키운다. 신혜란은 CE그룹 회장 아들과 결혼한 뒤, 전처의 딸인 이현과 자신이 낳은 아들 석현을 키운다. 남편이 죽은 뒤, 시어머니가 맡고 있는 회장직의 후계 구도를 놓고, 평생 순종적인 주부인 양 살아왔던 신혜란은 야망을 드러내며 이현과 대립한다. 한편 소원은 CE그룹 직원인 장현우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석현이 몰던 차에 장현우가 치여 식물인간이 된다. 신혜란은 석현을 보호하기 위해 장현우에게 공금횡령 등의 누명을 씌운다. 이후 전문경영인 강진희(기태영)의 도움으로 소원이 진실을 파헤치려 노력하지만, 신혜란은 소원을 방해하며 괴롭힌다.
두 드라마는 혼외자를 낳은 여자가 자식을 두고 부자와 결혼한 뒤, 자식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 자신이 새로 꾸린 가정의 자식들과 얽히는 관계로 재회하지만, 친자임을 알아보지 못한 채 악행을 거듭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신의 아버지인줄도 모르고 죽이게 되는 오이디푸스 설화의 역전된 형태, 혹은 친자인지도 모른채 고통속에서 죽게한다는 내용을 담은 프랑스 영화 ‘마농의 샘’ 신드롬이라 불릴 만한 이러한 비극이 동시간대 일일드라마에 경쟁적으로 등장하는 이유가 뭘까. 양면적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자식까지 버리고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꾀한 여성을 악녀로 그림으로써, 여성을 징치하려는 이데올로기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곧 여성이란 결혼에 의해 신분상승이 가능한 요상한 존재이며, 과거가 있는 순결치 못한 여성은 더욱 위험한 존재이므로, 이들을 운명적으로 파멸시킴으로써 경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주 시청층을 고려하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곧 지금까지 조명되지 않았던 50~60대 여성들의 욕망을 반영한 것으로 읽을 수도 있다. 드라마에서 두 여성은 현모양처인양 살아왔지만, 자식이 장성하고 시부모가 사망할 즈음 숨겨왔던 사회적 욕망을 드러낸다. 그들에게 과거의 사랑이나 원치않았던 혈연적 모성은 출세의 발목을 잡는 물귀신일 뿐이다. 이것은 어쩌면 현재의 50~60대 여성들의 무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대선에서 대거 박근혜 후보를 찍으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확인하게 해줬던 50~60대 여성들의 인정욕구를 한국 사회가 그동안 너무 등한시해온 것이 아닐까. 진보진영이 이들의 사회적 욕망에 대해 여전히 무관심하다면, 다음 선거도 필패가 아닐까.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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