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09 19:39
수정 : 2015.04.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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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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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미의 TV 톡톡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스비에스)의 변신이 심상치 않다. ‘막둥이’는 조직폭력집단에 잠복 중인 형사가 조직원이 된 옛 애인을 만난다는 설정의 꼭지다. 김현정은 남자로 위장해 조직폭력집단의 ‘막둥이’ 노릇을 하다가 옛 애인이 자신을 알아보면 떨리는 목소리로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 눈 막고 귀 막아” 하며 애원한다. 그러나 다른 조직원이 다가오면 금방 다시 ‘막둥이’로 돌아와 재간을 떤다. 집단기합을 받거나 여자임이 밝혀지려 할 때 김현정의 연기는 압권이다. 신분을 감춘 잠입수사, 남녀가 바뀐 설정, 거기에 은밀한 연정까지, 이 꼭지의 긴장감은 <개그 콘서트>(한국방송2)의 ‘은밀하게 연애하게’의 경찰서 몰래 연애 상황보다 훨씬 높으며, 김현정의 연기력은 과거 ‘행님아’의 김신영을 능가한다.
‘뿌리없는 나무’는 위엄 있어야 할 왕의 목소리가 ‘깨는’ 데다 아랫사람에게 자주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궁중사극물이다. 여기에 뜻밖의 외모를 지닌 중전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곁들여진다. 이런 설정은 새롭지 않다. 가령 <개그 콘서트>의 ‘왕해’도 신하들에게 무시당하는 왕을 보여주었고, ‘조선왕조부록’이나 ‘후궁뎐’도 뜻밖의 외모를 지닌 내명부를 등장시켰다. ‘뿌리없는 나무’의 특징은 섣불리 현대극의 분위기를 섞으며 가볍게 가는 식이 아니라, 사극의 분위기를 충분히 살리는 데 있다. 정제된 대사로 나름 진지하게 연기하되, 오직 상황에 의해 결과적으로 왕이 능멸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웃음의 포인트다.
‘삼대천왕’도 재밌다. 가요계 삼대천왕인 나훈아, 조용필, 서태지를 패러디하여 단순한 비트 속에 히트곡과 유행어를 녹여낸다. 구절의 배치가 절묘한 데다, 각자 가수의 특징을 살리는 연기력도 뛰어나다. 특히 조용필 역의 임준혁의 연기는 놀랍다.
위 세 꼭지들의 특징은 극의 구성과 연기력을 강화한 것인데, 이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패인을 크게 보완한 것이다. 어수선한 상황극 속에서 짧은 호흡의 과장된 연기를 펼치거나 리드미컬하고 반복적인 유행어에 의존하며 인기를 잃었던 과오를 털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가장 뚜렷한 혁신의 징표를 보여주는 꼭지는 따로 있다. ‘엘티이(LTE) 뉴스’(
사진)는 5월에 시작된 뉴스 형식의 코미디로 풍자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초기 ‘엘티이 뉴스’는 정현수 앵커가 가벼운 뉴스를 던지면 김일희 논설위원이 짧게 끊음으로써 냉소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코미디였다. 그러나 강성범으로 앵커가 교체된 후 핵심 현안의 뉴스를 다루는 데다, 논평의 비판의식도 강렬해졌다. 2013년 박근혜 당선인에게 반말로 당부했다는 이유로 <개그 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이 징계 받은 후 사라졌던 시사풍자코미디가 ‘엘티이 뉴스’를 통해 만개한 상황이다. 이들은 서민증세, 국정원 댓글, 인사 참사 등에 대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퍼붓다가 비판이 고조된 시점에서 슬쩍 꼬리를 내린다. 이는 징계를 피하려는 영리한 제스쳐이자 현실의 억압을 드러내는 이중의 작용을 한다. 제 기능을 못하는 언론에 대한 비판도 피하지 않는다. 유대균을 취재한 ‘기레기’들에게 “치킨은 뼈가 있으나 없으나 치킨이지만, 언론은 뼈가 있어야한다”는 서늘한 일침을 가한다.
정치가 막장 코미디로 흐르고, 언론이 제 기능을 망실한 상태에서 그동안 천대받던 코미디가 정치적 발언을 수행하고 언론을 대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실로 씁쓸하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자체가 화면의 안과 밖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코미디가 아닐까.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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