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1.01 19:16
수정 : 2015.04.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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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피노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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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미의 TV 톡톡
<피노키오>(사진)는 성장 멜로물이자, 언론의 문제를 다룬 사회극이다. 드라마는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한다는 가상의 ‘피노키오 증후군’을 전제로, 거짓과 진실의 문제를 탐문한다.
13년 전 기하명(이종석)의 가족은 언론에 의해 파괴되었다. 소방관이었던 아버지는 화재 현장에서 순직하였지만, 시신이 발견되지 않자 언론은 그를 도망자로 몰아갔다. 항의하던 형은 폭력 혐의로 구금되고, 어머니는 어린 기하명과 함께 투신한다. 살아남은 기하명은 섬으로 흘러들어 최인하(박신혜)의 가족으로 살아간다. 최인하를 버린 엄마는 기하명의 가정을 파괴하는 데 앞장섰던 송차옥 기자(진경)다. 피노키오 증후군인 최인하는 ‘진실만을 전한다’는 홍보용으로 기자로 취직한다. 언론에 원한을 품고 거짓 정체성으로 살아가던 기하명도 아버지의 진실을 밝히고 복수하기 위해 방송기자가 된다.
드라마는 새내기 방송기자의 업무를 생생히 그리면서, 언론이 품은 진실과 거짓의 딜레마를 반문한다. 빙판길에 넘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행인들에게 위험을 알리지 않고 찍는 것은 윤리적일까? 드라마는 숙고된 답을 들려준다. 명품 마케팅의 폐단을 비판하는 뉴스는 오히려 명품 마케팅에 일조하지 않을까? 드라마는 자본가의 두 얼굴을 통해 답을 보여준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로 시청률을 높이려는 방송은 미담이나 마녀사냥에 집중한다. 영웅을 살인자로 만들거나, 살인자를 영웅으로 만드는 일이 쉽게 일어난다. 방송사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뉴스를 만들기 위해 ‘팩트에 임팩트를 더했을 뿐’이라 말하고, 시청자들은 뉴스를 진실이라 믿기 때문이다. 기하명은 살인을 통해 복수하려던 형과 달리, 언론의 방식을 통해 송차옥에게 복수한다. 그러나 그는 송차옥을 무너뜨리기 위해 송차옥이 취했던 것과 동일한 방식의 오류에 빠지지 않는다.
드라마는 ‘기레기’(기자+쓰레기) 언론의 선정성과 이에 휘둘리는 대중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주며, ‘기레기’의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 조명한다. 기하명의 가정을 파괴했던 화재사고의 배후에는 부당한 이윤을 취했던 자본가와 이를 눈감아준 권력이 있었다. 사고로 비리가 밝혀질 위기에 처하자, 자본가는 언론을 통한 엉뚱한 여론몰이로 사고의 본질을 덮는 데 성공하였다. 13년 전 사고는 더 큰 참사로 돌아왔지만, 언론의 여론몰이는 동일하게 돌아간다. 바로 마녀사냥을 통한 진실의 호도이다.
드라마는 현실을 정조준한다. 2007년 삼성-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는 아직도 태안 기름유출 사고라고만 불린다. 방제작업의 미담만 소개되었을 뿐 사고 원인과 책임자 규명에 대한 보도는 없었다. 지금껏 배·보상이 지연되고 있지만 보도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보도는 또 어떠한가.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내고, ‘군관민을 총동원한 대규모 수색작업’이라는 거짓보도에 열을 올리다가, 현장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폭로한 홍가혜씨를 마녀사냥하며 여론을 몰아갔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구조의 책임을 묻는 심층보도는 하지 않은 채, 유병언 일가의 추적을 생중계하며 전파를 낭비하였다. 당시 유병언에 대한 죄목은 세월호의 실소유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월호의 진정한 실소유주를 가릴 만한 근거가 되는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이 세월호 업무용 노트북에서 나왔지만, 한국방송와 문화방송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기레기’를 욕하기는 쉽다. 중요한 것은 ‘기레기’의 배후에 있는 자본과 권력을 보는 것이다. 그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월호는 언제든 반복될 것이다. 다음 참사와 마녀사냥의 희생자는 바로 당신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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