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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1.15 19:31 수정 : 2015.10.23 14:35

드라마 <펀치>

황진미의 TV 톡톡

드라마 <펀치>(에스비에스)는 <추적자>, <황금의 제국>을 쓴 박경수 작가의 신작으로 검찰 권력을 정조준 한다. <펀치>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다루었던 전작들의 연작이자, 정반합에 이른 구조를 지닌다. <추적자>가 소시민 아버지의 복수극을 통해 뚜렷한 선악 대결을 보여주었다면, <황금의 제국>은 악들끼리의 무한대결을 보여주었다. 뚜렷한 선악 대결은 감정이입을 이끌지만, 순진한 세계관이란 비판을 면치 못한다. 반면 악들끼리의 무한대결은 현실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일 수 있지만, 감정이입의 대상이 사라진다. 그래서 <황금의 제국>의 통찰은 더 깊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높지 않았다. <펀치>는 이태준(조재현·사진 오른쪽), 박정환(김래원·왼쪽), 윤지숙(최명길)을 통해 악들끼리의 무한대결을 보여주면서, 신하경(김아중)을 통해 선악의 구도를 지니는 묘수를 택했다.

박정환은 결코 선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이태준을 검찰총장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비리를 다 저질렀다. 박정환과 이태준은 단순히 이해관계로 뭉친 선후배가 아니라, 진심으로 눈물짓는 혈맹이었다. 둘 사이에 틈이 벌어진 건 박정환의 뇌종양 때문이었다. 비리검사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 개과천선을 하게 됐다는 낭만적인 서사가 아니다. 그가 수술 후 의식불명 상태로 며칠 곁을 비운 사이, 이태준은 자기 형을 구하기 위해 박정환의 가족을 위협했다. 박정환의 인생관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자기 가족이 검찰 권력의 피해자가 되자 이태준을 공격하게 된 것이다. 둘의 싸움은 일종의 내전이다. 이태준의 비리를 가장 잘 아는 2인자 박정환이 이태준과 연루된 거대권력을 내파시키는 시한폭탄이 된다.

박정환과 이태준은 ‘개천에서 난 용’들이다. 이태준은 지방 출신이고 박정환은 지방대 출신이다. 그들은 기득권 출신 사람들에게 원한이 있으며, 출세욕이 강하다. 그들과 대극에 놓인 윤지숙 법무부 장관은 서울토박이에 법조 명문가 출신이다. 그는 원칙론자인 듯 보였지만, 병역비리에 발목을 잡히자 본색을 드러낸다. 그는 자신이 이태준보다 덜 나쁜 사람이며, 검찰개혁의 적임자라 말하지만, 곧 이태준과 담합한다. 드라마는 누가 더 악인인지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의 욕망이 모두 같음을 보여준다. 이태준은 형을 사랑하고, 형의 가족에게 유산을 주고 싶다. 윤지숙은 아들의 병역비리를 덮고 싶고, 박정환은 딸을 서울 강남에서 키우며 국제학교에 보내고 싶다. 박정환은 말한다. “세상 안 바뀌어. 너나 잘 살아.”

이 욕망과 가치관에 맞서는 이가 신하경이다. 그는 “딸이 살 세상을 위해, 조금만 더 나아가자”고 말한다. 그는 정의가 늘 지기 때문에 지지받지 못했다며,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박정환의 ‘기술’을 배운다. 박정환의 속류 가족애와 신하경의 정의감이 의기투합해 거대권력에 맞선다.

드라마는 검찰 권력의 본질과 작동방식을 세밀히 보여주며, 현실을 환기시킨다. 쌍용차 해고자 자살, 비비케이 동영상,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불화, ‘땅콩회항’ 등을 직접 연상시키며, 이명박·이상득 형제와 강금실, 박영선 등 특정인물에 대한 잔상을 남긴다.

드라마가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같은 욕망을 품고 있으면서 “더 나쁜 이태준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로 자신을 정당화하는 윤지숙은 적이다. 우리는 다른 욕망과 가치관을 가지고, 이기는 기술을 배워나가는 신하경이 되어야 한다. ‘난 최선을 다했어. 그러나 상대가 너무 강했어’란 변명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비둘기처럼 순결하되, 뱀처럼 지혜롭게. 이제 이기는 싸움을 하자.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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