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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14 19:09 수정 : 2015.10.23 14:29

황진미의 TV 톡톡

<후아유-학교 2015>(한국방송2)는 이종석, 김우빈 등 많은 스타를 배출하며, 학교 현실에 대한 공감을 끌어냈던 <학교>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이다. 이번에는 여학생들의 이야기로, 1인 2역을 맡은 김소현의 연기가 돋보인다. 드라마는 학교 폭력을 강하게 다루면서, 출생의 비밀과 기억상실증을 활용하여 극적 재미를 높였다.

드라마는 쌍둥이 자매의 엇갈린 운명을 그리는데, 이는 소설 <쌍무지개 뜨는 언덕>을 연상시킨다. 고아였던 고은별은 강남의 중산층 가정에 입양되어 부족함 없이 살아가다가, 통영 보육원에 살고 있는 쌍둥이 동생 이은비의 존재를 알게 된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이은비는 자살을 기도하는데, 마침 통영으로 수학여행 온 고은별과 운명적으로 만난다. 실종 열흘 만에 기억을 잃은 채 발견된 고은별은 차츰 기억을 회복해 가는데, 이 과정의 서사는 영화 <령>을 연상시킨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이은비가 학교 폭력의 가해자일지도 모르는 고은별의 신분으로 살아가면서 내면적인 갈등을 겪는데, 이는 공포영화 <령>에서 익사 직전 몸이 뒤바뀌는 판타지를 통해 말하려던 것을 쌍둥이 서사로 치환한 것이다.

<후아유-학교 2015>에서 1인 2역을 맡은 김소현
드라마가 묘사하는 학교는 극악한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다. 통영고등학교의 이은비는 중학교 때 반장도 하던 씩씩한 아이였지만, 약자를 괴롭히는 아이들과 맞서다 폭력의 대상이 된다. 강소영 패거리들은 은비에게 밀가루와 까나리 액젓을 퍼붓고, 교실 커튼 뒤에서 옷을 벗겨 동영상을 찍는다. 그러나 아이들은 모른 척하거나 짜증스러워할 뿐이고, 교사는 공허한 말밖에 하지 못한다. 은비가 고아라는 사실도 괴롭힘의 이유였다. 소영은 고은별의 어머니(전미선) 앞에서 태도를 돌변한다. 학교폭력위원회는 검사 딸인 소영 대신 은비를 가해자로 몰아 자퇴시킨다.

강남의 고등학교는 또 어떤가. 서영은은 “요즘 일진, 셔틀, 삥이 없다. 근데 서로 신경도 안 쓴다. 각자 공부하기 바빠서”라 말한다. 노골적인 괴롭힘은 드러나지 않지만, 은근한 따돌림과 상상을 초월한 입시경쟁이 물밑에서 진행된다. 영은은 아이들의 지갑 노릇을 하면서까지 어울리려 한다. <우아한 거짓말>에서 보았던 ‘자발적인 삥’이 규모를 달리하여, 수백만 원에 이른다. 우등생 엄마들끼리 조직한 고액그룹과외에 끼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모자란 실력으로 그룹에 낀 아이를 우등생들은 굳이 따돌리지 않는다. “쟤 덕에 과외비가 50만원이나 싸졌다”며 실용적으로 생각할 뿐이다.

드라마는 고은별과 죽은 정수인의 관계를 미스터리로 남겨둔 채, 로맨스를 가미하여 강남 고등학교의 분위기를 다소 밝게 그린다. 그러나 단막극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2013년 2월)를 집필한 김현정 작가가 그리는 강남의 지옥도가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 강남으로 전학 온 강소영이 고은별의 정체를 의심하며 벌이는 긴장도 상당하다. 과연 피해자였던 은비가 가해자였던 소영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되갚아주지도 않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후아유-학교 2015>는 학교 현장 뿐 아니라, 부모-자식관계에 공을 들인다.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수학여행을 떠난 딸이 실종되자 정신없이 찾아다니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엄마는 딸이 죽지 않았음에 안도하고, 어린 딸과의 살가웠던 추억을 그리워한다. 마침내 딸의 죽음을 안 엄마는 은비에게 은별로 살아 달라 부탁한다. 엄마는 반성을 통해 ‘미친 사교육’을 중단한다. 세월호 1주기를 즈음해 시작된 이 드라마를 보며, 세월호를 떠올리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수백 명의 고은별 엄마들이 지금 길거리에 있다. 우리는 반성을 통해 무엇을 바꾸고 있는가.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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