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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28 18:43 수정 : 2016.01.28 18:43

<치즈인더트랩>(티브이엔)

황진미의 TV 톡톡

<치즈인더트랩>(티브이엔)은 2010년부터 연재된 순끼 작가의 웹툰을 각색한 드라마다.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와 심리스릴러를 결합하며, 인간관계에 대한 미시적인 긴장을 담는다. 드라마는 수강신청을 둘러싼 경쟁, 팀 과제의 무임승차, 술자리와 연애의 뒷담화들을 묘파한다. 그 속에서 누군가를 도용하고 음해하고 착취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의 욕망을 활용하는 최상위 포식자도 존재한다. 순전히 기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먹이그물로 이루어진 일종의 생태계인 셈이다.

홍설(김고은)은 경영학과 모범생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4.3의 학점을 유지하는데, 이는 특유의 성실함과 책임감 덕분이다. 홍설은 무난한 인간관계를 추구하지만, 관계의 미묘한 기운을 감지하는 촉수를 지녔다. 홍설은 그 예민함으로 선배인 유정(박해진)을 경계한다. 유정은 재력, 성적, 외모 등이 완벽하여 모두가 선망하는 인물이지만, 홍설은 그가 가식적이라고 느낀다. 홍설의 의심은 오해로 밝혀지지만, 유정이 섬뜩한 면을 지닌 것은 사실이다. 유정은 사람들의 약점이 될 만한 정보를 틀어쥐고, 협박과 사주를 통해 자기 뜻대로 타인을 조종한다. 몇 명만이 그가 무서운 인물임을 안다. 유정은 최상위 포식자이자 흡사 뱀파이어 같은 냉혈한 존재다. 그가 홍설에게 다가와 사귀자고 한다. 홍설은 유정을 경계하지만, 한편으로 그와의 로맨스를 꿈꾼다. 한편 유정이 자신의 인생을 짓밟았다고 주장하는 인호(서강준)가 나타나 홍설의 주위를 맴돈다.

<치즈인더트랩>은 로맨틱 코미디의 속성을 따라간다. ‘캔디렐라(캔디+신데렐라) 물’에서는 왕자님/실장님/선배님이 가난하고 착한 여주인공을 음으로 양으로 돕는다. 안소니와 테리우스 같은 두 종류의 남자가 삼각관계를 이루는 것은 선택사양이다. 왕자님이 여주인공에게 반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나를 이렇게 대한 사람은 너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치즈인더트랩>은 영락없는 ‘캔디렐라 물’이다. 유정은 홍설 몰래 홍설이 장학금을 받게 해주고, 동료 여학생의 질투나 성적·물리적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준다. 유정과 인호는 ‘모범생’과 ‘양아치’로 좌청룡우백호를 이룬다. 유정이 홍설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유정이 가진 것을 홍설이 탐내지 않고 오히려 가식적이라며 피했기 때문이다.

갈수록 드라마는 ‘캔디렐라 물’로 수렴되지만, 심리스릴러의 문제의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쥐덫 속의 미끼’를 뜻하는 제목이 말해주듯, 달콤한 로맨스는 잔혹한 덫이라는 이중성을 지닌다. 가령 냉혹한 인물이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했을 때, 여자는 그저 따뜻함만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일까. 유정의 계략으로 자신이 장학금을 받게 되었음을 알았을 때, 홍설은 처음으로 화를 낸다. 그러나 이내 “다 나를 위한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얼마 후 홍설을 습격한 범죄자를 유정이 잔혹하게 짓밟는 모습을 보았을 때, 홍설은 흠칫 놀라 유정의 손길을 거부한다. 그리고 피아니스트가 되려했던 인호의 손을 유정이 망가뜨렸다는 말을 떠올린다.

지금껏 영화나 드라마에서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한 나쁜 남자’가 여성들에게 당연히 환대받을 것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이는 여성의 입장을 애완견의 차원으로 환원한 시각이다. 연애에 있어서도 상대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는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본능적으로 작동되는 감각이다. 드라마는 ‘나쁜 남자’의 통설이 지닌 심리적·윤리적 틈새를 벌려 보여주며, 스릴러적인 긴장을 유지시킨다.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한 나쁜 남자’와 ‘자상한 가장인 고문경감’과 ‘나만을 죽도록 사랑하는 스토커’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멀고 얼마나 가까운가. 누가 ‘나쁜 남자’와의 사랑을 원하는가.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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