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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02 19:20 수정 : 2016.06.03 10:55

연하(조인성)가 여자친구 완(고현정)과 헤어진 이유는 그가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티브이엔 제공

황진미의 TV 톡톡

<디어 마이 프렌즈>(티브이엔)의 화제성이 뜨겁다. 노희경 작가의 필력에, 김혜자, 나문희, 고두심, 윤여정 등의 연기에, 고현정·조인성의 로맨스까지 곁들이니 어찌 재미가 없겠는가. 드라마는 재미와 함께 그동안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받던 노인, 여성, 장애인을 조명한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문제’일 뿐 ‘존재’로서 성찰되지 못했다. 노인 빈곤, 노인 자살, 독거사, 어버이연합 등에 대한 관심이 촉구되고 있지만, 노년은 빈고·병고·고독고·무위고에 시달리는 긴 공백의 시간으로 간주될 뿐이다. 그래서 은퇴 자금을 준비하거나 제2의 창업을 해야 한다는 자본의 명령이 드높다. 하지만 노년이 인간적 성숙이 일어나는 가치 있는 시간이라는 인식은 드물다. 희자(김혜자)는 남편이 죽은 뒤 비로소 혼자 살 수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정아(나문희)는 힘든 인생을 보상할 만한 멋진 노년을 꿈꾼다. 세계여행을 하다 길에서 죽겠다는 그의 꿈은 지금의 노년 세대가 과거 노년들과 다른 정서적 욕망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아의 꿈은 남편 때문에 계속 미뤄진다. 석균(신구)은 공장에서 퇴직한 뒤, 공장 수위로, 다시 아파트 수위로 일한다. 이는 젊은 남성의 노동력을 정점으로 삼아, 노인·여성·장애인을 탈락시키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안간힘이다. 그에게 은퇴 이후 삶에 대한 생각은 없다. 은퇴와 동시에 자신의 존재도 끝나는 산업화 시대의 전형적인 남성상이다.

드라마 속 여성들은 모녀, 친구, 선배, 엄마의 친구 등으로 맺어져 ‘언니’ 혹은 ‘이모’라 부르며 관계를 유지한다. 그들이 가장 깊은 공감을 이루는 건 고통이다. 난희(고두심)는 원수처럼 여기던 영원(박원숙)의 몸에 새겨진 수술 자국을 보고, 혼자 병마와 싸웠을 고통을 생각하며 미움을 접는다. 난희의 미움도 자신의 고통을 영원이 방관했다는 것이었다. 정아는 딸이 가정폭력에 시달려왔음을 알고 드러눕는다. 그런 정아를 희자는 어루만지며 위로한다. 한편 남자들의 관계는 사뭇 다르다. 석균은 수십년 만에 만난 후배 성재(주현)가 사주는 술을 먹으며 그의 자랑질에 돌아서서 토악질을 한다. 60년 된 ‘중졸 콤플렉스’가 도진 것이다. 남자들끼리 순수한 공감에 이르는 순간은 “너 희자랑 잤지?”라는 농담으로 낄낄댈 때뿐이다. 물론 석균에게 ‘변호사 후배’의 존재는 든든할 것이다. ‘교수 사위’라고 으쓱해했던 사위 놈의 패악질에 복수하는 데 활용할 테니까. 평생 외도와 가정폭력을 휘두르다가 늙어 마누라만 따라다니는 난희 아버지 모습은 상징적이다. 성욕이 있는 동안 외도로 남성성을 증명하고, 그것이 사라진 뒤에는 사회적 관계가 완전히 멸실된 비존재가 된다.

드라마에는 노희경 작가의 전작처럼 장애인이 등장한다. 여전히 애틋한 완(고현정)과 연하(조인성)가 헤어진 이유는 연하가 장애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하의 장애는 치명적이지 않다. 두 다리의 기능을 잃었을 뿐, 지적·언어적·사회적 능력은 그대로다. 애니메이터로서의 직업 능력이나 잘생긴 외모도 그대로다. 같은 휠체어 장애인이라도 척수장애인이 겪는 합병증이나 절단장애인이 겪는 심미적 손상도 없다. 이 정도 장애가 둘의 사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장벽이어야 할까? “유부남이랑, 너희 삼촌 같은 장애인은 안 돼”라는 엄마의 말에 완은 지레 질린다. 난희가 그리 말하는 이유는 장애인 가족에게 가해지는 부담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누나라고 해서 중도장애인으로 부모 곁에서 농사짓는 동생의 삶과 그에 대한 엄마의 각별한 사랑을 ‘한 줄로 요약’하는 게 옳은 일일까. 드라마에 장애인이 등장하는 건 바람직하다. 그러나 장애를 불행의 아이콘이나 순애보의 장식물로 활용하는 건 옳지 못하다. 노인이나 여성에 대한 노희경 작가의 깊이 있는 필력이 장애에 대해서도 발휘되길 기대해본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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