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5.05 21:48
수정 : 2015.05.06 11:36
[탐사기획] 부끄러운 기록 ‘아동 학대’ ③ 생존
때리던 엄마, 매맞던 고3 아들 손에 숨져
학대받은 아이 24건 중 6건서 ‘발달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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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엄마한테 학대를 받아온 고등학교 3학년생이 2011년 3월 엄마를 살해했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광진경찰서 수사관들이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이 학생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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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저항 방식은 폭력이다. 아동학대는 치유하기 어려운 후유증을 남기고 때론 폭력으로 곪아터지기도 한다.
엄마의 학대는 3년 이상 지속됐다. 엄마는 한때 전국 석차 4000등까지 했던 고등학교 3학년 아들에게 더 높은 성적을 요구했다.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몇 시간씩 아들을 때리기도 했다. 비극이 터지기 전 사흘 동안 밥을 주지 않았고, 잠도 재우지 않았다. 2011년 3월 엄마는 끝내 제가 낳은 아들에 의해 숨을 거뒀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서 “이는 국제 범죄심리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전형적인 아동학대 후유증에 의한 가해자 공격 행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학대를 당한 아이 가운데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황준원 강원대 의대 교수는 “학대받은 아동의 특징은 마음이 불안하고 인지 발달이 더디다. 인성 발달 장애로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불같이 화를 내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2009년 곽영호 서울대 교수 등과 함께 과거 20년 동안 서울대병원 ‘학대아동보호팀’이 개입했던 아동학대 사례 76건 가운데 추적이 가능한 24건을 분석(‘병원 기반 학대아동보호팀의 20년간의 활동 경험’)했다. 그 결과 ‘중등도 이상’의 발달 장애는 6명, 신체적 후유증은 3명이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벼운 우울증과 사회적·직업적 기능의 약간의 곤란’을 겪는 아이가 13명으로 절반을 웃돌았다. 황 교수는 “몸에 남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지만,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아동학대-그 예방과 대응’에서 아동학대 후유증으로 “대인관계 형성 부진과 범죄 행위, 자살 충동과 자기 파괴, 우울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류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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