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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부끄러운 기록 ‘아동 학대’
⑤ 미제 - 기록되지 않은 죽음
지난해 12월 경남에서는 2200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대부분 부모의 축복을 받으며 세상에 나왔다. 이달 말 오후 태어난 한 사내아이는 예외였다. 아이는 외딴 주유소 화장실에서 누구의 축복도 없이 태어났다. 아이를 낳은 이는 정아무개씨였다. 스물다섯 살 엄마는 고통스러운 출산 과정을 홀로 견뎠다. 아이가 울었다. 엄마는 아이를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쓰레기와 뒤섞인 아이가 더 크게 울었지만 외면했다. 쓰레기봉투는 화장실 옆 공터로 옮겨졌다. 혹한의 추위에 아이는 4시간가량을 울며 버텼다. 당시 기온은 영하 1도였다.
경찰 조사에서 엄마는 “동거남에게 버림받을까봐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아이를 낳았고, 버렸다”고 말했다. 아이의 아빠는 현재 남자친구가 아닌 이전 남자친구였다. 동거남 김씨는 “울음소리를 들었지만, 내 아이가 아니어서 화가 났다. 나중에 죄책감이 들어 신고했다”고 말했다. 엄마의 두려움과 동거남의 외면 속에, 아이는 세상에 나온 지 4시간여 만에 숨을 거뒀다.
탄생뒤 축복은커녕 쓰레기봉투에 버려지는
신생아 살해 태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하는 아이들이 있다. 제대로 숨도 쉬어보지 못한 채, 눈도 떠보지 못한 채, 이름도 가져보지 못한 채 죽는다. 신생아(영아) 살해다. 법률상 영아는 ‘분만 도중 혹은 분만 직후’의 아이를 뜻한다. 엄마는 아이를 낳자마자 목을 조르거나 변기에 빠뜨려 아이의 생명을 빼앗는다. 수 시간 돌보지 않고 죽도록 내버려두기도 한다. 극단적인 신체학대이자 치명적인 방임이다. 아동학대다. 7일 <한겨레>가 법원 판결문과 지방자치단체의 무연고사망자 자료를 바탕으로 ‘살해되는 신생아’ 수를 추산해 봤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법원에서 ‘영아 살해’와 ‘영아 유기치사’로 재판받은 사례는 모두 59건이었다. 한 해 평균 8.4건꼴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집계하는 무연고 사망자 중 신생아로 추정되는 사례(사산아 제외)는 2010~2014년 34건이었다. 한 해 평균 6.8건꼴이다. 이 둘을 합하면 태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하는 신생아 수는 한 해 평균 15명에 이른다. 숨겨진 죽음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해 평균 ‘15명+α’ 신생아 살해
정부는 통계조차 없어 정부는 신생아 살해에 대한 통계를 갖고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관리하는 아동학대 사망 통계에도 2008년 이후 비슷한 사례가 한두 건 잡힐 뿐이다. 신생아 살해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인식도 약하다. 김지혜 남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신생아 살해는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채 죽기 때문에 파악 자체가 어렵다”며 “외국은 신생아 살해를 아동학대 범주 중 하나로 잡고 따로 관리하는데,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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