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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10 21:03 수정 : 2015.05.11 15:12

일러스트 이강훈 leebido@daum.net

[탐사기획] 부끄러운 기록 ‘아동 학대’ ⑥ 희망

일러스트 이강훈 leebido@daum.net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에 사는 만 0~14살 아동 10만명당 0.4명 안팎이 매년 아동학대와 살인 등을 포함한 ‘고의 상해’로 숨을 거둔다. 우리나라는 그보다 세 배가량 많은 1.2명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안에서 미국, 멕시코, 에스토니아 다음으로 많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2005~2010년 ‘아동 사망률과 사망 원인’ 통계를 오이시디가 2013년 재가공한 수치다. 부모의 방임과 사고사 등을 포함한 ‘우발적 상해’로 봐도 우리나라는 북유럽 선진국들에 견줘 세 배가량 높은 아동 사망률을 보인다.

이는 온전히 학대로 인한 사망을 뜻하는 수치는 아니지만, 현재로선 나라간 비교가 가능한 가장 근접한 수치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타 선진국에 견줘 아동을 학대하는 더 강한 기질을 타고난 걸까?

김선숙 한국교통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불평등 정도와 아동 빈곤율이 낮고, 사회적인 가족 지원 노력도 풍부한 국가들에서 학대나 방임으로 사망하는 아동이 적다”고 말한다. 이는 가해자의 기질이나 특징을 넘어서 아동과 그 부모가 처한 사회적, 경제적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실제 우리나라는 위에서 예시한 북유럽 국가들에 견줘 불평등도와 아동 빈곤율은 높고 사회적인 가족 지원 노력은 부족한 편이다. 2013년 오이시디 기준, 우리나라의 아동복지 관련 공공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다.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터키, 미국, 멕시코 다음으로 낮다. 반면 스웨덴 등 북유럽 3국은 모두 3%를 넘는다. 우리의 3배 수준이다. 김 교수는 “아동학대에 대한 대응은 단지 문제가 있는 개인을 교정하거나 교화하는 것으로 끝날 수 없으며, 아동과 가족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고의 전환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북유럽과 비교 ‘고의상해’ 3배
반면 복지 공공지출은 3배 낮아
학대 사망 중 “경제적 어려움” 77%
저소득 가정 사회지원 확대 절실

주로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의 특성상 가해자이자 보호자인 부모가 처한 경제적 환경은 김 교수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10일 <한겨레>가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아동학대 사망 110건을 분석해봤더니, 경제적 형편이 확인된 39건 중 30건(77%)에서 사건 발생 전 가해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경우는 9건에 불과했다.

아무래도 열악한 경제 사정이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를 높이고, 아이에 대한 폭력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소득의 원천인 직업을 봐도 보호자의 경제적 불안정성이 도드라진다. 2008~2014년 학대로 아동을 숨지게 한 가해자의 직업이 확인된 76건 중 무직(23건)과 일용직(10건)이 전체의 43%에 이른다.

<한겨레>가 위와 별도로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2002~2014년 학대 사망 아동의 보호자 겸 가해자 가운데 건강보험 가입이 파악된 119명을 분석해봤더니,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41명(2014년 12월 기준)이나 됐다. 이들은 주로 소득이 적어 생계비 등의 지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다. 종합해 봤을 때,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발생한 세 가정 가운데 한 가정꼴(34.5%)로 빈곤층에 놓였을 가능성이 있다.

또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포함해, 보험료 납부자 전체 10분위 가운데 5분위 아래가 103명으로 86.6%에 이른다. 분위가 낮을수록 소득과 자산에 비례하는 납부 보험료가 적다. 이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2012~2014년 학대로 숨진 아동이 속한 가정의 보호자 가운데 소득 수준이 파악된 27명 가운데 24명이 “월 20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다만 주의할 대목이 있다. 김기현 성균관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빈곤과 아동학대 발생의 상관관계가 있는 건 맞지만, 저소득층에서만 일어난다고 보는 건 오류다. 저소득층은 아무래도 아동보호 관련 사회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사회복지사 등을 통해 더 많이 신고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예방적 차원에서 저소득, 저위험 학대 단계에 있는 가정에 대한 사회적 지원의 확대가 절실하다. 이는 김기현 교수의 제안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를 적절한 환경에서 키울 수 있도록 육아부담 경감 등 가족 단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면 예방 차원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복지 관련 공공지출이 적은 데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는 아직 학대 예방 및 사후 관련 가족 지원이 미약하다. 아동복지는 낮은 수준이다.

김선숙 교수는 “아동은 투표권이 없다. 이런 탓에 아동 관련 예산은 항상 후순위다. 예산이 결국 국가의 책임감을 드러내는 가늠자라고 할 때, 지금은 회피 수준이다. 아동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주양육자의 행복과 삶의 질이다. 사회적 지원 없이 개별 부모한테 책임을 돌려선 문제의 근본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이근 임인택 하어영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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