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8.03 18:15
수정 : 2015.08.03 18:15
더위와 습기에 감금당한 느낌이 들어 책상머리를 박차고 바깥으로 나갔다. 무작정 도서관을 향해 걸어갔다. 도서관에는 북카페도 있고 뒷마당엔 운동기구도 있다. 열람실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던 페이지를 펼쳤다. 내 앞에 앉은 남학생은 수학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문제집 가장자리엔 까만 지우개가루가 소복했다. 둘러보니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모두들 문제집을 열심히 풀고 있었다. 누군가는 타이머까지 앞에 두고 시간을 재며 문제집을 풀었다. 예외는 없었다. 한 소설가가 도서관에서 소설책을 읽다 사서에게 주의를 들었다는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모두 미래를 걸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데 한가하게 소설을 읽는 것은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였다고 했다. 소설가는 미래를 걸고 공부를 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읽지 않겠느냐며, 그는 주먹을 꼭 쥐고 이를 앙다물었다. 나 역시도 문제집을 푸는 마음으로 도서관에서 친구가 보내준 책을 읽었다. 그가 던져놓은 질문들은 지우개가루처럼 새까만 상념을 쏟아내게 했다. 나를 흔들었고 창문 바깥으로 내다뵈는 세상을 다시 한번 낯설게 바라보게 했다.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쨌거나 이곳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든 못하는 아이든, 돈이 있는 아이든 없는 아이든, 모두에게 공평하게 자리를 내준다. 나처럼 시험을 볼 일이 더는 없는 어른에게도 자리를 내준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는 이 장소가 불현듯 경이로워 보였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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