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9.07 18:43
수정 : 2015.09.07 18:43
시를 읽으면 ‘아름답다’는 탄식이 새어나올 때가 많다. 생각해본 적 없는 아름다움과 마주칠 때에 더 그렇다. 그럴 때, 아름답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아름다움을 스스로 뽐낼 때, 스스로 뽐내는 듯한 문장을 목격할 때. 그럴 때는 아름답다고 동의할 수가 없다. 차라리 수수함과 은은함이 아름다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창밖을 바라보면, 오늘 같은 날은 문득 대답이 두둥실 떠 있다. 높아진 새파란 하늘. 그 속에 자유롭게 떠 있는 새하얀 구름. 가볍고 보송보송한 질감. 신이 이 세상을 만든 것이 맞다면, 신은 구름을 자신의 스카프쯤으로 여겼을 것 같다. 한껏 멋을 내보고 싶은 신의 장난기가 구름에겐 배어 있는 듯하다. 구름에 대하여 찾아보니, 뭉게구름은 남다르다. 곧 비가 올 징조가 아니라, 내일도 맑을 징조라고 적혀 있다. 그래서 저녁에는 자취를 감춘다고 한다. 하늘의 가장자리에 보송보송 피어오른 뭉게구름이 평화로워 보이는 근거일 것이다. 내일도 맑을 것을 알려주어 우리가 자연스레 태평할 수 있게 해준다. 희디희고 가볍고 평화롭다는 것. 게다가 맑을 징조까지. 그것만한 아름다움이 이 지상에 또 있을까. 하지만, 그게 아름다움이라면, 우리 시대에 우리가 읽는 시는 아름다우면 안 될 것 같다. 뭉게구름이 윤곽이 선연한 탓에 유독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라면, 시와 구름 사이에는 같은 의미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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