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0.21 18:34
수정 : 2015.10.21 18:34
장을 보다가 낯선 전화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마트 앞에 주차해둔 내 차를 실수로 박아버렸는데, 차 있는 쪽으로 와줄 수 있냐고 했다. 나가 보니, 뒷범퍼가 찌그러져 있었다. 부인이 초보인데 어이없는 실수를 했노라고, 남자는 연신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보험을 통해 보상을 하겠다고, 차량번호와 전화번호 같은 것을 내게 차근차근 건네주었다. 얼른 보험회사에 연락해서 처리를 해주겠다고 나를 위로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그 사람에게 말했다. 주차된 차를 지나가는 누군가가 망가뜨린 적이 처음이란 뜻이 아니라, 도망치지 않고 주인을 자진해서 불러내어 실수를 인정하고 미안하다 말해주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는 뜻이었다. 나도 고맙다고 했다. 그쪽 보험회사로부터 이내 연락이 왔다. 내 차가 망가진 사건을 겪었으면서도, 기분 좋은 일을 겪은 것만 같았다. 그 사람을 나는 착한 사람이라 여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꼬마였을 때에는 착한 일을 해야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고, 그때 선물을 노리며 내가 했던 착한 일도 비슷했지 싶다. 파란 신호등일 때에 건널목을 건너며 손을 번쩍 드는 일 같은 것. 크리스마스가 임박했던 어느 해에는 길에 떨어진 동전을 주워 주인을 찾아주라고 경찰서에 찾아갔다. 경찰관 아저씨는 내가 짓던 미소보다 더 선한 미소를 지으며 쭈쭈바나 사 먹으라 했다. 착하다고 내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그때 생애 처음으로 자랑스럽게 쭈쭈바를 먹었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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