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04 18:36
수정 : 2015.11.04 18:36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방문하려고 벼르고 있다. 아트북이나 독립출판물들이 집결된 북페어다. 출판계의 불황은 오래됐고 책이 우리 곁을 더 떠나는 듯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책은 이렇게 우리 곁에 찾아오고 있다. 책이 안 팔리는 환경을 뒤집어 생각하면, 잘 팔 생각이 없는 책들이 자유로운 방식으로 출간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그래서 독립출판은 물 만난 고기 같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들이 모여 독립출판의 방식으로 만든 문예지 <더 멀리>도 엔간한 문예지들보다 판매부수가 낫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가 만든 1인출판사 ‘올리포프레스’는 이번에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들 그 매혹을 아는, 이준규 시인의 새 시집을 출간한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도 서울 북촌 골목에 ‘무사’라는 이름의, 5평 남짓한 작은 책방을 만들었다. 간판도, 책장도, 재활용으로 꾸며진 공간이다. 일반적인 홍보와 거리를 두는,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독립출판물들이 아기자기하게 꽂혀 있다. 작은 서점과 독립출판은 서로 거래처가 아니다. 우정 어린 교류를 하는 아지트에 가깝다. 독립출판물들은 시류를 반영하는 책이라기보다 시류를 만들어가는 책에 속한다. 책이 내용으로써 시대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책이 그 자체로 시대를 열어가는 운동을 하고 있다. 개인의 작은 탐구와 역사가 개인의 목소리로 기록돼 있다. 최근에 내가 세 권이나 구입해서 선물로 사용해본 책도 독립출판물이었다. 할머니가 삐뚤빼뚤 손글씨로 적은 요리책이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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