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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1.09 18:55 수정 : 2015.11.09 18:55

김소연 시인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보았다. 햅쌀이며 두루마리 휴지까지, 카트 한가득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왔다. 영수증을 찬찬히 들여다보다, 내가 사지 않은 물품을 발견했다. 멸치 100그램 9300원. 기억에만 없을 뿐 멸치를 집어 왔을 수도 있겠다 싶어 샅샅이 장바구니를 뒤져보았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처리를 해주겠다며 영수증을 지참해 방문하라는 대답을 들었다. 다시 찾아갔을 때 상담원은 폐회로티브이(CCTV)를 통해 내가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는 것을 조사했으며 담는 횟수와 영수증의 물품이 일치하기 때문에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나도 시시티브이를 보고 싶다고 요청을 했다. 그럴 경우 경찰이 입회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라도 확인을 하고 싶다고 다시 요청을 해보았다. 사지 않은 것을 샀다며 지불된 나의 금쪽같은 9300원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내가 장을 본 곳이 대기업의 대형마트였기 때문에 물러서고 싶지가 않았다. 고객센터에서 나의 요구를 받아들여주길 기다리고 있을 때에, 상담원 한 사람이 다가와 상황이 곤란하다고 사정하듯이 말했다. 어제의 계산원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이었다. 상담원의 한마디에 나는, 대기업의 실수가 아니라 비정규직 계산원의 실수와 마주하게 되었다. 일을 바로잡을 의욕이 일순 사라졌다. 비정규직의 적나라한 아슬아슬함만이 눈앞에 선연해지고, 대기업이 소비자를 대하는 교묘한 방식만이 배후에 어른대는 불쾌함을 또 목격하고야 만 것이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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