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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0.18 18:58 수정 : 2015.10.18 18:58

권혁웅 시인
동남아시아의 동굴에 사는 동굴제비(흰집칼새)는 침으로 둥지를 짓는다. 캄캄한 동굴 속에는 둥지를 얹을 나무도, 둥지를 만들 나뭇가지도 없다. 그래서 동굴 벽에 침을 여러 번 뱉고 굳혀서 침으로만 된 둥지를 만드는 것이다. 둥지 아래 바닥은 새와 박쥐가 싼 유독한 배설물과 새끼를 노리는 천적이 있어 매우 위험하다. 그런데 이 둥지를 채취하는 사업이 노다지란다. 아무런 맛도 없고 영양가도 없지만, 새둥지로 만든 수프를 최고의 보양식으로 친다고 한다. 하도 많이 뜯어가서 동굴제비가 멸종할 지경이라니, 해도 너무했다. 뒤집기를 마스터한 아기는 요즘 손에 닿는 모든 것을 맛보는 중이다. 플라스틱 장난감과 멜로디 책에서 자기 양말(발을 끌어당겨서 제 입에 넣는 유연성이란!)과 아빠 손가락에 이르기까지 손에 닿는 것이면 무엇이든 입안에 넣는다. 이도 없이 저 딱딱하고 질긴 것들을 어떻게 먹는담. 가만 보니 아기 입을 거쳐 간 물건들은 하나같이 축축하다. 아기는 저것들을 녹여 먹으려고 하는 걸까? 품에 안았더니 아빠 품을 파고들면서 온통 가슴을 적셔 놓았다. 아, 아기는 아빠 가슴에 둥지를 지으려고 하는 것이었구나. 캐비아나 송로버섯보다도 비싸다는 둥지를 아빠의 캄캄한 가슴에 지어주려고 하는구나. 떨어지면 무서운 바닥이라는 듯. 아빠가 흥부는 아니지만 이런 소식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10월인데, 제비가 때 이른 봄소식을 가져다주었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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