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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2.27 18:47 수정 : 2015.12.27 18:47

권혁웅 시인
아기를 키우면서 새삼 실감하는 것은 언어의 위력이다. 사람이 말을 부리는 게 아니라 말이 사람을 부리는 것만 같다. 사람은 말을 특정한 단위로 나누어 뜻을 담아 전달한다. 원론적으로는 인간이 언어를 분절해서 쓴다. 그런데 태어나기 전부터 언어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으므로, 실제로는 특정한 소리 단위에 인간이 적응해야만 한다. 실제로는 언어가 인간을 분절하는 것이다. 옹알이할 때 아기는 전세계의 언어사용자들이 구사하는 거의 모든 소리를 낸다. 그러다가 엄마 아빠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 한국어의 음소들에 적응해간다. 사람이 말을 다듬는 게 아니라 말이 사람을 다듬어내는 것이다. 문법이란 말을 올바로 사용하는 규칙이므로,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을 한다는 것은 생각이 혼란되고 의도가 모호하다는 뜻이다. 혼란스럽거나 하나 마나 한 말은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거나 의도를 숨긴 말이 아니다. 그런 말들은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을 전달한다. 번역기가 필요한 어떤 분의 말이 우리에게 ‘멘붕’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저토록 혼몽한 의식으로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간단 말인가? 결과는 우리가 지금 겪는 그대로다. 앞으로 몇몇 분의 말을 옮겨보려 한다. 말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예증하고 싶어서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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