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3.30 19:20
수정 : 2017.03.30 20:38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학생에게 학교도서관이 중요한 것처럼, 직장인에게는 직장도서관(도서실)이 독서환경의 핵심 척도다. 평일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장인을 위해서는 언제든 드나들며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 꼭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도서실 유무에 따른 독서 지표의 차이가 상당히 컸다. 직장에 도서실이 없는 직장인의 경우 연간 독서율은 64.5%, 연간 독서량은 8.7권이었다. 이에 비해 도서실이 있는 직장인의 독서율은 85.3%, 독서량은 12.1권이었다. 그 차이를 백분율로 계산하면 독서율은 32%, 독서량은 39%나 벌어진다. 직장도서관이 만들어낸 놀라운 효과다.
문제는 ‘직장인 가운데 사내 도서실이 있거나 도서 대출이 가능한 경우’가 고작 4.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직장에 도서실은 고사하고 아무런 독서 관련 활동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독서경영’을 기업경영의 기본으로 실천하는 귀한 사례들이 있지만 매우 드물다.
이런 척박한 풍토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단지였다가 이제는 빌딩숲으로 바뀐 구로디지털단지에 ‘열린숲 도서관’이 개관한 것이다. 3월17일 단지 내 삼성아이티(IT)밸리 빌딩 1층에 168㎡(51평) 규모로 문을 연 이 도서관은 로비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여 건물에 입주한 직장인들뿐 아니라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구로구의 작은도서관 시설로는 70번째이지만, 상업 빌딩의 1층 로비에 개관한 시설로는 국내 최초다. 구로디지털단지 내에 설립된 첫 번째 사립 작은도서관이기도 하다. 직장인들이 흘린 땀의 가치를 돌려주고, 일상에서 도서관 문화를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도서관 운영 취지가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도서관의 이름처럼 숲을 형상화한 세련된 공간의 책장에는 신간 1300여 권이 진열되어 있다. 숲의 영문자(Forest)를 빌린 주제별 교양서 큐레이션과 ‘일, 삶, 충전’을 테마로 잡아 직장인에 맞춤한 서가는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신선한 분류법이다. 50개에 가까운 다양한 테이블과 좌석 배치로 회의와 모임, 휴식도 가능하다.
이 빌딩의 운영위원회는 도서관 리모델링과 물품 구입에 7400만 원을 지원했고 운영은 전문기관인 우리도서관재단이 맡았다. 개관식에서 빌딩 운영위원장은 “가장 최선의 선택이자, 우리가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다. 건물 입주자는 물론이고 구로디지털단지 내에 있는 모든 종사자들에게 개방하는 국내 최초의 직장인과 소상공인을 위한 도서관이라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폐쇄적인 사내 도서관들과는 달리 열린 공간, 일과 삶을 돌아보고 휴식과 충전을 겸할 수 있는 ‘영감의 도서관’이 전국의 빌딩 곳곳마다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이제 직장도서관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희망이자 경쟁력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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