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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아닌 ‘완전 도서정가제’로 개정해야 |
도서정가제가 현행대로 연장될 전망이다. 2014년 11월부터 ‘10% 할인과 5%의 마일리지 등 경제상의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3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도서정가제의 유지, 강화 여부를 판단해야 할 시점이 됐다. 이에 문체부가 ‘도서정가제 보완 개정 협의회’를 구성했지만, 협의회는 진전된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10차례에 걸쳐 열린 협의회에선 ‘할인 한도를 축소하자’는 출판계 및 서점계와, 이에 반대하는 인터넷서점과 소비자단체 사이의 간극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현행 정가제의 많은 문제점들까지 그대로 방치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 쪽은 도서정가제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한 결정이 사회적 논란과 제도 변화의 부담을 줄이려는 ‘절충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문체부가 도서정가제의 법리를 무시하고 행정 편의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출판시장과 책 생태계의 위기를 방관하는 것과 다름없다.
협의회 운영에도 문제점이 있었다. 두 곳의 소비자단체가 참여했지만 독서 관련 시민단체는 배제됐다. 또한 공공 영역 도서 구입의 주체인 도서관 쪽은 논의 테이블에서 제외되었을 뿐만 아니라, ‘10% 할인에 더한 5%의 경제상의 이익(마일리지 등) 제공 조항을 도서관에 적용하지 말라’는 이들의 요구도 반영되지 않았다. 공개 토론회나 공론화 과정 역시 생략되었다. 책 생태계의 보호와 발전을 위한 법정 의무 도서정가제가 마치 이해관계자 간의 계약인 것처럼 변질됐다.
‘도서정가제’는 동일한 책이라면 전국 어디서나 같은 값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일간신문은 전국 어디서나 정가로 판매한다. 반면 책은 정가제라고 하면서도 직간접 할인율이 15%나 된다. 그 때문에 현실에선 할인율만큼 가격 거품이 일상화돼 있다. 우리나라 책은 부가가치세가 면세되므로 사실상 25% 할인을 보장하는 셈이다. 여기에다 인터넷서점의 최고 40% 할인 제휴카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각종 쿠폰과 사은품, 인기 도서를 50% 가격으로 되사들이는 할인 편법, 전자책의 무제한 할인 판매와 다름없는 ‘10년 대여’ 꼼수까지 모두 문체부는 허용하고 있다. 개정 정가제 시행 2주년을 맞아 문체부가 발표했던 “신간 단행본 평균 가격의 5%대 하락”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정가제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허점이 많은 현행 정가제를 새 정부가 그대로 3년 연장하려는 것은 철학이 있는 문화정책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다. 국회에서 각종 경제상의 이익을 책값의 최대 15%로 제한하는 법률을 정했음에도, 행정부가 이를 무시하는 격이다.
이제는 판매처에 관계없이 일물일가(一物一價) 원칙에 충실한 ‘완전 도서정가제’로 법률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만 구조적 거품 가격이 사라지고, 도서 구매자들의 가격 신뢰도가 높아진다. 대다수 영세 출판사들이 완전 도서정가제를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안전판으로 삼고, 독자가 필요로 하는 책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전국적으로 더 많은 서점들이 문을 여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질 것이다. 새 정부는 허울뿐인 ‘가짜 정가제’ 대신 ‘진짜 정가제’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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