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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27 18:52 수정 : 2017.07.27 18:58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최근 대학도서관들의 변신이 한창이다. 카페처럼 안락한 쉼터를 만들거나, 창작 공간인 ‘메이커 스페이스’, 공연과 학술 행사용 무대도 설치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도서관을 학습 공간만이 아닌 창의력을 키우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의도다.

그런데 겉모습만 바꾸면 창의력이 샘솟는 것일까. 배움과 연구의 전당인 대학을 대학답게 만드는 핵심이 대학도서관이고, 대학도서관의 내실은 단연 장서에 있다. 그러나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조사한 ‘2016 대학도서관 통계 분석’을 보면, 국내 대학의 총예산 대비 자료구입비 비중은 0.9%에 불과하다. 2009년에도 같은 비율이었다. 또한 한국도서관협회의 ‘한국도서관기준’을 보면, 4년제 대학은 총경상비의 2%, 전문대는 1% 이상을 대학도서관 자료구입비로 책정하도록 한 규정을 4년제 대학은 절반 이하, 전문대학은 3분의 1 이하(0.3%)밖에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학도서관의 자료구입비 중 전자자료 평균 비중이 갈수록 증가한다는 점이다. 2014년 61%, 2016년 65%였다. 전자자료 예산의 대부분은 해외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이용료다. 대학 당국이 도서관 예산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전자자료의 비중만 커짐으로써 국내 도서 구입은 매년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학술 출판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국내 대학도서관이 소장하는 장서는 미국 대학의 15% 정도다. 국내 상위 20위권 대학의 연평균 장서 증가량은 미국 연구중심대학도서관협회(ARL)의 80위권이다. 국내 최고인 서울대 도서관의 장서량은 536만권이지만 하버드대학(1985만권)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것은 어떤 차이를 만들까. <통계로 보는 세계대학 평가 순위와 대학도서관의 경쟁력>(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경쟁력 있는 대학이 많은 나라일수록 대학도서관 수준도 높다고 분석했다. 연구 경쟁력 상위권 대학의 36.1%가 미국에 있었고 한국은 1.6%였다. 굳이 이런 숫자가 아니더라도 대학도서관에 대한 투자가 대학 경쟁력과 정비례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대학들은 재정 악화를 핑계로 대학도서관 예산과 인력을 축소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2015년 제정된 대학도서관진흥법이 ‘대학도서관 말살법’ 노릇을 한다. 그 시행령에서 전문인력인 사서 배치 기준을 학생수 및 장서량에 따라 최소 1~3명을 두도록 너무 적게 규정했는데, 대학들이 이를 악용한 것이다. 또한 장서의 연간 최소 증가 권수를 4년제는 학생 1명당 2권, 전문대는 1권으로 규정한 시행령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저가 도서를 구입하거나 기증도서 수집에 열심인 곳도 있다. 2016년 4년제 대학도서관에서 증가한 장서의 4분의 1은 기증도서였다. 장서의 질과 대학 경쟁력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대학생 1인당 대학도서관 대출 권수는 매년 감소 추세다. 2012년에 9.6권이던 것이 2016년에는 7.2권으로 크게 줄었다. 읽을 책이 부족한 도서관 현실은 방치하면서 돈벌이에만 급급한 대학들은 학교법인이 아니라 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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