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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06 17:50 수정 : 2018.09.06 19:11

최재봉
책지성팀 선임기자

국립한국문학관은 어디로 갈 것인가?

2016년 2월 제정된 문학진흥법으로 설립 근거가 마련된 국립한국문학관(이하 한국문학관)이 들어설 자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2016년 5월 건립 부지를 공모했고, 전국 24개 지자체가 신청을 하면서 과열 양상이 빚어지자 6월에 공모를 중단했다.

그해 8월 문학진흥법상 자문기구인 문학진흥정책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이 기구는 2017년 11월8일 공청회에서 용산 가족공원 부지를 최적 후보지로 발표했다. 문체부는 용산 부지의 건축 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 등과 협의체를 만들어 부지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서울시의 완강한 반대에 부닥쳐 아예 협의체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한국문학관 부지 문제에 진척이 없자 문체부는 올해 5월 문단 원로 등을 중심으로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고, 자료구축소위원회와 함께 건립운영소위원회를 산하에 두었다. 건립운영소위가 현장 답사와 전문가 자문 및 토론을 거쳐 옛 서울역사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민 ‘문화역 서울 284’를 사실상 단일 후보로 내정하고 추진위 쪽에 보고한 것이 지난달 말이었다. 형식적으로는 용산 부지와 정부과천청사 인근 부지 등을 후보군에 포함시켰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에 따라 무게는 역시 옛 서울역사 쪽에 얹힌 보고였다.

한국문학관 부지로 용산이 아닌 옛 서울역사가 유력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주 열린 추진위 전체 회의에서 이런 기류가 다시 뒤집힌 것으로 확인됐다. 옛 서울역사를 탐탁지 않아 하는 의견이 많았고, 추진위원들 사이에 용산 부지에 대한 미련이 컸다고 했다. 추진위원장을 맡은 문학평론가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가 지난 4일치 <경향신문>에 쓴 칼럼에서 용산에 독립운동공원을 조성하고 그 곁에 한국문학관을 세우자는 제언을 한 것도 추진위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서울시의 반대에 막혀 사실상 포기했던 용산 부지에 한국문학관이 들어설 수 있을까. 서울시는 용산 미군기지 부지 전체를 공원화한다는 계획에 배치되며, 한국문학관이 들어오면 역시 용산에 들어오겠다고 신청한 다른 시설들을 막을 명분이 약해진다는 이유로 문학관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문체부와 서울시가 팽팽하게 맞선 형국을 타개하고자 설립추진위는 ‘윗선’에 직접 호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를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설립추진위의 생각대로 일이 풀리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그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 어떻게 될까. 한국문학관은 문학진흥법의 알짬이다. 문학자료를 수집·전시하는 본연의 임무 말고도 문학진흥법이 규정한 문학진흥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헤드쿼터 역할도 요구받는다. 문학진흥법이 발효한 지 2년이 지나도록 이 법의 존재가 유명무실한 느낌을 주는 데에는 한국문학관 건립 문제가 지지부진한 탓이 크다.

600억원 넘는 예산을 들여 2021년 9월에 건립한다는 일정표상 이달 말이나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부지 문제가 해결돼야 설계 예산 등의 집행이 가능하다. 자칫하다가는 한국문학관 건립 자체가 무산될 참이다. 상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상황이 이처럼 급박한데, 한편에서는 초창기부터 문학관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지자체와 설립 추진 실무진 사이에 소모적인 감정싸움이 이어진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지역이기주의와 자존심이라는 ‘소탐’에 매달리다가 정작 한국문학관 건립 무산이라는 ‘대실’을 맞을까 걱정스럽다.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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