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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6 17:28 수정 : 2019.12.07 02:32

미묘 ㅣ <아이돌로지> 편집장

연말 시상식의 계절이다. 지난달 30일에는 ‘멜론 뮤직 어워드’가, 이달 4일에는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가 열렸다. 방송사나 연예매체, 음원 서비스마다 개최하는 연말연시 시상식이나 가요축제는 현재 국내에만 10개가 넘는다. 그래서인지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드’는 8월께 열리기도 한다. 다만 이들 시상식이 저마다 특색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는 이는 얼마 없을 듯싶다.

이런 가운데 엠넷과 멜론이 직면한 비판은 되새길 여지가 있다. 엠넷의 경우 간판 프로그램인 <쇼 미 더 머니>의 흥행이 주춤하고 <프로듀스> 시리즈에 추문이 일면서 가장 큰 성과를 이룬 프로그램이 <퀸덤>과 <고등래퍼>였던 셈인데, <퀸덤> 참가자 중 시상식에 출연한 건 마마무가 유일했다. <고등래퍼> 우승자인 이영지도 출연하지 않았다. 물론 출연자 섭외를 하다보면 나름의 사정과 의도가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어떤 사정과 의도냐고 묻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엠넷과 멜론은 각기 차별화된 시상식을 마련하는 대신 유명 아티스트들의 겹치기 출연으로 때우고 말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쪽 출연자는 거의 절반 정도가 동일했다. 나머지 아티스트 또한 멜론의 잔나비와 헤이즈, 엠넷의 박진영 정도를 제외하면 아이돌로만 구성돼 있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이 어디서든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그렇다 하더라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아냥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공신력을 갖추려고 애썼는지도 의문이다. 멜론의 경우 시장 영향력이 높은 음원 차트를 운영하고 있기도 한 만큼 나름의 근거를 갖춘 시상식을 기대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유난히 발라드가 강세였다는 올해도 출연진 및 수상자는 케이팝 아이돌 중심이었고, 차트를 석권했던 발라드 가수들 중 상을 받은 이는 없었다. 모호하기는 시상 내역의 구성도 매한가지다. 멜론의 ‘뮤직스타일상’이나 ‘핫트렌드상’의 의미를 얼마나 많은 이가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엠넷은 ‘베스트 퍼포먼스’와 ‘월드 퍼포머’ ‘페이버릿 퍼포먼스’ 등이 애매하게 공존한다. 시상식이 다 그런 식이니 누가 왜 어떤 상을 받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거기에 시상식마다 출연자나 수상자의 면면도 비슷비슷하다 보니, 차라리 ‘본상’ 같은 이름으로 여러 아티스트에게 적당히 두루 나눠주는 편이 납득이 된다는 이들도 있다.

시상식 개최 의도에 공신력도 차별화도 없다면 무엇이 남을까. 그저 인기 스타들을 모아놓고 대형 무대를 꾸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충성도 높은 팬덤을 동원하기 좋은 케이팝 아이돌들 말이다. 그럼에도 이 행사가 대형 콘서트가 아닌 시상식의 형태를 취해야만 한다면 그 이유는 더욱 미심쩍어진다. 굳이 미루어 짐작해본다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증대하기 위한 것, 그리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고자 인기투표에 몰두하는 팬들을 이용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수많은 시상식 중 어느 것 하나 특별한 권위가 없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주관적 요소가 포함된 음악 시상식이란 것에 볼멘소리는 거의 반드시 따라붙게 돼 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의 연말 시상식들에 아쉬운 건, 상을 마구 나눠주는 것 외에는 잡음을 줄일 방법을 떠올리지 못하는 게으름이다.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 많은 이가 수긍할 수 있는 공신력을 갖추거나, 행사의 정체성에 맞게 제대로 차별화를 하거나 말이다. 우리 시대 정상의 아티스트들이 모여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연말 시상식은 매우 가치가 높은 콘텐츠다. 그런 자리가 찜찜하고 시시한 뒷맛만을 남기는 것은 콘텐츠의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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