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정현백 위원장(맨 왼쪽)과 위원들이 열린편집위원회 회의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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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총선 이후 1면 구성 집중진단
<한겨레>는 총선 이후 청년구직과 주거문제, 경제민주화 등에 관한 기획시리즈를 잇따라 1면을 통해 보도했다. 4월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의 향배를 짚고 현장 목소리를 담아내자는 취지다. 여소야대로 바뀐 20대 국회를 앞두고 정치권에 유권자 바람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시민·노동·학계의 분위기도 담았다. 한겨레가 지난 한달여 동안 내보낸 기획시리즈에 독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외부위원들은 기획시리즈의 취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민심의 바람과 요구를 잘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1면 제목이나 디자인 등이 여전히 경직돼 있고, 현장 목소리가 제대로 담기지 못했다는 비평이 있었다. 기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사진기사의 크기나 배치가 매끄럽지 못하고, 색조마저 어두워 1면 전체의 분위기를 흐리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왔다. 1면을 어떻게 하면 한눈에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각종 제안도 잇따랐다. 창간 28돌을 앞둔 <한겨레>는 열린편집위원회의 조언 등을 고려해 조만간 큰 규모의 지면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기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12차 회의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다른 신문 비해 감각적 느낌 떨어져제목 쉽게 와닿지 않고 사진 어두워
1면에 너무 많은 기사를 싣기보다는
한눈에 알아보는 형태로 만들어야 ■ 총선에 나타난 민심과 바람, 기획기사로 1면에 잘 담은 듯…외신 전진 배치와 정치권 내용 검증 전달 등은 과제로 정현백 위원장 국민이 만든 신문 <한겨레>가 이렇게 잘해나가고 있는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좋은 점 못지않게 비판받을 요소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한겨레 1면 편집과 디자인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도록 하겠다. 이승열 위원 총선 이후 한겨레를 보면, 우선 총선에 투영된 민심의 바람과 요구를 기획기사로 1면에 배치해 섬세하게 잘 전달한 것 같다. “이토록 무서운 민심… ‘여소야대’로 바꿨다”(4월14일치), 여소야대 민생의 재구성(4월19~28일), 우리가 몰랐던 민심(4월22~28일) 등의 기획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선거 후에도 근본적으로 지적해주지 못한 것 같다. 남재희 전 장관도 지난 4월22일치 칼럼에서 이번 총선을 “신발을 신고 발바닥을 긁는 선거”라고 평했다. 이번 선거에서 한겨레가 팩트 체크(사실 또는 내용 검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예를 들어 여야 충돌이 있을 때 어느 것이 진실이고 사실인지에 대해 기자들이 충분히 취재해서 밝힐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정치 기사도 너무 싸움에 주목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키워야 하는 정당이 오히려 풀뿌리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있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강준만 교수도 5월2일치 칼럼을 통해 이런 내용을 비판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1면에 신발 벗고 시원하게 발바닥을 긁어주는 그런 기획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 바람, 독자 궁금증을 충실하게 풀어줘야 한다. 홍성일 위원 4월 총선 이후 한겨레 1면에서, 우선 민심과 20~30대를 아우르는 ‘2030’ 기획이 잘 나와 있는지를 점검해 봤다. 2030 이야기는 다른 신문 1면에 비해 꽤 많이 나왔다. 상당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이슈를 1면으로 많이 끌어올렸다. <한겨레>가 건강한 신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한겨레가 민심을 전하면서 기성 정치인과 언론학자 등의 인터뷰를 통해 소개하는 데 그쳤다. 직접 현장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 걸러서 듣게 되는 셈이다. 공직에 있는 누구를 만나느냐도 중요하다. 다른 신문사는 대통령 모습이 많이 나왔는데, 한겨레는 비교적 대통령 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절제했다. 하지만 독자나 시민 이야기가 1면에 등장하는 것도 여전히 한계가 있어 보였다. 한겨레가 지금처럼 2030 이야기를 많이 다뤄주면서 직접 현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1면에서 전달해줘야 한다. 한겨레가 특히 외신 보도에 대해 취약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한 달 사이 전세계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피델 카스트로의 고별 연설이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구순, 팝스타 프린스 사망 등은 국내 여러 종합지에서 모두 1면에 소개했다. 한겨레는 해외 사례를 1면에 싣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미국 대선 정도에 국한돼 있는 느낌이다. 일본 구마모토 지진도 1면으로 끌어올려 휴머니티를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국내 정치에 치중하다 보니 1면에서 관련기사를 계속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겨레> 1면에 대해 구글을 통해 검색해봤다. 형식 면에서 들여다보면, 2006년도 한겨레 1면과 최근의 1면 사이에 큰 차이점이 없다. 10년간 세상은 많이 변했다. 커뮤니케이션에도 변화가 있었고 한겨레도 새로운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며 확장 가능성이 큰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하니티브이 같은 괜찮은 콘텐츠를 오프라인 독자는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프라인 독자들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지면 하단에 하니티브이 내용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한겨레 카드뉴스, 하니티브이 등 온라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에 대해 지면에서 가이드 구실을 해준다면 새로운 1면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한겨레> 1면은 기사 중심이다. 그러다 보니 감각적 느낌에서 다른 종합 일간지에 비해 떨어진다. 1면에 너무 많은 기사를 싣기보다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게 좋겠다. ■ 1면 제목은 구체적이고 알기 쉽게 달았으면…젊은층 위주 밝고 화사한 사진기사 필요한 듯 백미숙 위원 주요 보수 일간지 1면과 비교해 봤다. 한겨레 1면만 봤을 때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챙겨 읽어야 할지 준비가 안 된다. 오늘 어떤 이야기가 실릴 것인지 1면에서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한겨레는 제목이 한번에 와닿지 않고 거듭 생각하게 만든다. 직설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5월1일치 한겨레는 1면에 “옥시 때늦은 사과 피해자들 ‘꼬리자르기 사과쇼’”라고 적었다. 그런데 다른 신문을 보면, “옥시 5년 만의 사과 피해자 항의에 5분 만에 끝”이라고 적시했다. ‘때늦은’보다 ‘5년’이 더 구체적이고, ‘꼬리자르기’보다 ‘5분 만에 끝’이 더 명확하다. 한겨레 사진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1면의 사진 톤이 조금 어둡다는 느낌이 든다. 구마모토 지진의 경우, 다른 신문들에 비해 지진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4월29일치 1면 고양국제꽃박람회 개막을 알리는 사진기사는 화사하고 상큼한 느낌을 줘야 하는데 어둡고 칙칙했다. 사진을 통해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 텐데, 기사에 끼워 맞춰 나간 사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 미국 대선 뉴스가 한겨레 1면에 꼭 실릴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다른 이슈도 많았는데 이렇게까지 미국 이야기를 집중 보도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안쪽에 어떤 기사가 실릴 것인지 1면 하단에 알려주고 있는데 조금 더 자세하게 써줄 필요가 있겠다. 임자헌 위원 이번 주제 때문에 다른 신문들도 찾아봤다. 1면만 봐도 성향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보수지는 경제와 북한 관련 이슈가 많았고, 한겨레와 경향은 다른 주제도 폭넓게 다룬 편이었다. 제 주변 분들에게 ‘한겨레의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물어봤더니 “기획기사”라고 답했다. 한겨레는 1면에 기획기사를 많이 다루는 것 같다. 또 ‘한겨레가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제목을 잘 뽑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 어린이날 기사를 재미있게 봤다. 아이들 놀이 문화를 다룬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달라진 놀이터에 포커스를 맞춘 사진이 아니었다. 놀이터를 다루는 주제는 괜찮았는데 이 문제를 부각해준 사진이었는지는 의문이다. 토요판은 다른 신문들과 형식이 다르다. 그래서 재미있다. 강준만 교수가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는데, 지금 우리 사회는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중요한 시점이다. 지방자치에 대해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홍성일 사진의 경우 전반적으로 칙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 그런가 생각해봤다. 1면 사진에 중년 남자가 너무 많이 등장한다. 한국 사회 기득권을 중년 남성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한국 중년의 똑똑한 남성을 자주 배치하는 것, 이런 부분이 한겨레를 어둡게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세대까지 독자의 확장과 양성평등을 고려해봤을 때 이제는 1면 사진 대상도 젊은층으로 내려와야 할 것 같다. 위원장 <한겨레>가 창간부터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일정한 서브컬처, 이를테면 독자성이 있는 개별 문화를 지면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을 일관되게 가지고 갈 것인지 궁금하다. 총선에서 중간층을 어떻게 안고 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제기된 바 있다. 여성계에서는, 한겨레가 여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싣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다. 여성계의 핵심 이슈도, 비정규직, 일과 가정 병행과 같은 것들이어서 다른 이슈가 잘 부각되지 않지만 어쨌건 여성계 쪽에서 기사를 실으려고 얘기해보려고 하면 한겨레 쪽에서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일부 시민단체 내부에서는 경제민주화 활동 등이 한겨레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푸념도 한다. 기획기사는 나가는데 현장의 목소리는 기사로 잘 받쳐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온라인 독자를 끌어들이려면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저는 한겨레의 품격을 지키려면 사진을 더 크게 해야 하는 것인지, 흥미 위주의 기사를 1면에 배치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시민단체 활동 기사 많이 부족
기획기사 싣는데 현장은 반영 안돼
1면에 외신보도 싣는 경우도 드물어
오늘 핵심이슈 소개하는 코너 필요 ■ 지면개편, 독자에게 변화 의지를 적극 전달하는 계기로…그날 이슈 간결히 소개한 알림성 기사도 배려했으면 백미숙 1면 구성을 대담하게 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핵심 이슈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만평을 1면에 배치하는 과감함을 보여줬으면 한다. 또 1면에 그날의 이슈를 간결하게 소개해주는 미니상자 기사도 필요해 보인다. 한겨레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말하고 싶어하는지, 이 코너를 보면 알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시리즈 기사를 놓쳤을 경우 다시 찾아 읽기가 쉽지 않다. 예고 기사뿐 아니라 놓친 기사도 쉽게 찾기 위해 목록에 날짜를 명시해주면 좋겠다. 홍성일 <유에스에이(USA) 투데이> 등 영미권 신문은 시각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기사의 양을 늘리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사진을 늘려서 하고자 하는 말을 함축적으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런 면에서 한겨레도 가볍게 만들 필요가 있겠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줄이면서 직관성을 강조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이승열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지난 3월 “Stop Press”(인쇄 멈추다)를 선언하고 온라인에만 전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만큼 신문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종이신문을 보면 너무 전형적이고 과잉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변화하지 않는 것이 신문의 장점이자 특징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엄청나게 변화하는 시대인 만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하는 공간을 만들어보는 것, 그런 변화를 해야 할 시기다. 실수 내지 실패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독자들에게 <한겨레>가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인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의 민방 시청률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최근 1년 사이 티브이 아사히가 1등으로 올라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톱기사에서 파격적 편집을 시청자에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1분30초짜리가 아니라 2~3분, 아니면 현장중계를 통해 방송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형식, 새로운 틀의 뉴스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용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변화를 시도하고 창의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 그래야만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고경태 신문부문장 여러 위원들이 지적한 것처럼 <한겨레>는 정통 일간지 모습을 유지하는 것과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유연하고 혁신해야 하는 종이신문, 그 중간에서 늘 고민한다. 한달 전에 지면개편 티에프팀이 구성됐다. 여러분들 의견을 듣고 싶어 오늘 주제도 한겨레 1면으로 정했다. 지금 신문 지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편집국 기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첫번째 문항이 ‘한겨레 1면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상당수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그 이유를 보면, 너무 정치적 가르친다 정부 비판 위주라 식상하다 특징이 없다 잘 읽히지 않는다 제목이 길다 등의 순서였다. 기자들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지면 개편을 통해 될수록 많은 변화를 시도할 방침이다. 오늘 지적해주신 부분과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 사이에 공통점이 많이 있다. 1면의 틀이 많이 경직되어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변화하도록 고민하겠다. 최근 한두 달간 청년, 주거비, 경제민주화 문제 등을 1면에서 많이 제기했다. 정치·경제·사회 중심으로 1면을 구성하면서 외신 소개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새겨듣겠다. 개인적으로는 정치·경제·사회도 중요하지만 지역과 국제, 문화, 여성 분야도 1면에 많이 노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태우 종합편집에디터 여러 가지 지적해주신 내용 잘 들었다. 특히 제목과 관련해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독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1면 기사 배치나 사진, 제목은 여러 차례 편집회의를 통해서 결정한다. 한겨레가 한국 사회에 지적해야 하는 것, 특히 한겨레만의 시각으로 맥을 짚어 많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기 위해 구성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한겨레는 좌익 효수 댓글 사건을 집중 이야기했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권력에 대해 한겨레가 계속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한겨레 구성원들도 대부분 같은 의지를 갖고 있다. 오늘 지적한 내용들을 지면 개편 때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위원장 오늘 논의된 것이 한겨레 1면과 전체 보도 방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정리 최익림 인사·협력부국장 choi21@hani.co.kr 녹취 시민편집인실 정혜정
제5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위원(참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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