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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2.15 20:21 수정 : 2015.12.16 11:08

올해로 창립 10돌을 맞은 육아정책연구소 초대 소장이었던 이옥 덕성여대 아동가족학과 명예교수는 “보육의 공공성 제고를 위한 투자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육아정책연 10돌, 이옥 초대 소장

10년 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08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자 1명이 가임 기간(15~49살)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인구 관련 중요 지표다. 인구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출산율은 2.1이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합계출산율이 2.0 이하로 떨어지자마자 범국가적으로 적극적인 육아지원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이미 1984년부터 2.0 이하로 떨어졌지만, 국가 수준의 저출산 대응은 2000년대 중반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됐다.

사적인 영역이라 여겼던 육아 문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만든 것이 육아정책연구소(이하 육아연)다. 창립 10돌을 맞은 육아연은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외교센터 12층에서 10주년 기념식과 함께 한국아동패널 학술대회를 열었다. 지난 10년 동안 육아연은 보육과 유아교육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각종 데이터를 만들고 각종 육아정책에 필요한 연구들을 진행했다. 육아연의 지난 10년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을 닫을 위기도 겪었다. 육아연의 초대 소장이었던 이옥(62) 덕성여대 아동가족학과 명예교수를 지난 11일 만나 육아연과 육아정책의 변천사를 들어봤다. 또 현 정부의 육아정책에 대한 의견도 들어봤다.

-연구소 초대 소장으로서 지난 10년을 어떻게 보는가?

“10년 전 정부 차원의 육아지원정책을 펼치려고 해도 필요한 데이터가 거의 없었다. 보육과 유아교육의 대립은 첨예했고, 공·사립 보육기관의 격차가 컸다. 그런 상황에서 육아연 설립 후 정책 결정에 필요한 데이터가 생산되고 각종 정책연구도 이뤄졌다. 육아연이 생산하는 <한국아동패널>은 매우 의미있는 데이터다.”

전국 민간어린이집이 정부의 보육예산 확충 등을 요구하며 집단 휴원을 시작한 10월28일 아침 부분 휴원한 경기도 용인시의 한 어린이집에 전체 원생 70여명 중 15명만 등원하기로 해 통합반이 운영되고 있다. 용인/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2008년생 아이들 8년째 추적 조사

-한국아동패널 데이터는 다른 데이터와 어떻게 다른가?

“보육·유아교육 관련 거시적 데이터로는 그때그때 정부 실태조사나 통계청 자료 등이 있다. 정부 지원으로 생산되는 아동지표 연구도 있는데, 전반적인 아동의 삶의 상태만 모니터링한다. 그에 비해 아동패널 데이터는 국내 최초 신생아 패널로 2008년에 태어난 아이들을 임신 시기부터 자라는 내내 추적하면서, 아동의 세세한 성장과 발달 과정, 육아 환경 등에 대해 조사한다. 패널 연구는 돈이 많이 들고, 패널 유지와 연구 수행 자체도 어려운 작업이다. 8년째 지속되어온 만큼 계속 유지돼야 한다.”

-국가적으로 저출산이 큰 문제인데, 싱크탱크 역할을 맡아온 육아연이 왜 문을 닫을 위기를 겪었나?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정부 고위 관리가 육아연 폐지를 구두로 내게 통보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정책은 보육의 공공성 제고가 아닌 보육산업의 활성화 정책이었다. 당시의 정부 문건들에는 자율화, 경쟁으로 보육의 질을 제고하겠다는 내용이 많이 있었다. 육아연이 왜 필요한지 설득했고, 국무조정실의 중재와 이해로 없던 일이 됐다.”

-보육 공공성 제고에 관심이 적었던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임기말 무상보육 정책을 추진하게 됐나?

“2010년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에서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에 대한 담론이 확대되면서 진보 진영 인사들이 대거 당선됐다. 선별적 복지를 지향하던 한나라당이 그때부터 바짝 긴장해 무상보육 담론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무상보육을 정교한 설계 없이 정치적으로 도입하다 보니 누리과정 예산 논란 등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사실은 이명박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민간 어린이집이 확대됐다. 이런 결과로 막대한 공적 재정지원을 해도 재정투자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지금과 같은 구조를 심화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책임보육을 약속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현 정부의 보육정책을 평가하면?

“이 정부가 내세운 맞춤보육 설계는 보육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보육예산 줄이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모들은 믿고 맡길 만한 질 높은 보육·교육 기관을 정부가 제공하고 관리해주길 바라는데, 맞춤형 정책은 이런 부모의 욕구와는 무관해 보인다. 정부가 국가책임보육을 하려면 교사의 근무여건 개선에 대한 노력과 함께 공공보육 시설 확충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보육산업 활성화 초점
민간 어린이집만 대폭 늘려

박근혜 정부 맞춤보육 최우선 목표
‘보육예산 줄이기’에 있는 듯

누리과정 무상지원 대통령 공약
교육청 아닌 중앙정부 책임

보육정책만으로 저출산 해결 못해

-무상보육 정책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는데도 저출산 문제가 여전하다는 의견도 있다.

“보육지원 재정이 많다는 의견도 있는데, 아직도 국제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보육지원예산은 적은 수준이다. 육아는 가족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정부와 시민 대다수에게 깊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사실 구매력으로 환산한 한국의 아동 1인당 보육지원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유아교육예산 역시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보육정책만으로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출산과 육아 지원은 물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의 정신적·사회적 가치까지 인식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노동정책 등도 필요하다.”

-누리과정(만 3~5살) 예산 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누리과정은 정부 정책인 유치원 교육과정과 어린이집 보육과정의 통합으로 이루어낸 결실이고 교육부 소관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지방재정교부금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책임지고 지원하는 것이 맞다. 특히 누리과정 무상지원은 시·도 교육청장 공약이 아니라 대통령의 공약이었으므로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보육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질 높은 보육과정을 제공해 모든 아동들이 동등하게 아동 발달에 적합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질과 보육의 공공성 제고가 최우선 과제라고 본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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