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상담실
Q. 40대 직장인입니다. 요즘 들어 기억력이 부쩍 떨어진 것 같습니다. 벌써 치매가 오는 것은 아닐까요? A. 최근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호소하는 이를 많이 만납니다. 자동차 키를 두고 나와 바쁜 출근길에 다시 집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사람, 늘 쓰는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당황했다는 사람, 휴대폰을 한참 찾았는데 바지 주머니에 있더라는 사람 등 젊은 나이에 치매가 온 것 같다며 걱정을 합니다. 그러나 막상 검사를 해보면 정상입니다. 뇌에 이상이 없는데 왜 기억력이 떨어졌다는 걸까요? 스마트폰 알람에 깨서 일어난 사람들은 메일과 메신저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낮 동안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메일 확인, 정보검색, 메신저, 게임기, 영화, 음악 등 디지털 자극에 파묻혀 삽니다. 퇴근해서도 이메일을 확인합니다. 스마트폰은 잠자리까지 새 소식을 전해옵니다. 하루 종일 뇌는 멀티태스킹 중입니다. 끊임없는 디지털 자극이 뇌를 피로하게 만듭니다. 계속해서 뇌를 자극해 활성화시키면 뇌에 과부하가 걸리게 됩니다. 과부하가 걸린 뇌는 온전한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효율적으로 기능하지 못합니다. 디지털 과부하로 지친 사람들은 젊은 나이임에도 기억력이 떨어졌다며 치매 걱정을 합니다. 뇌의 초기설정(디폴트세팅)은 ‘멍때리는’ 상태입니다. 이런 기초값일 때 기능성자기공명장치(fMRI) 촬영을 해보면 대뇌의 내측전전두엽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뇌의 초기상태입니다. ‘멍때리는’ 동안 뇌는 과거의 경험들을 복습하고 미래에 다가올 비슷한 상황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서 대처능력을 키웁니다. 즐거운 일들을 회상하고 다가올 좋은 미래를 그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유롭게 생각의 나래를 펼치며 뇌는 휴식을 취합니다. 특별한 자극이 없다면 뇌는 자연스레 이런 휴식과 여유를 즐깁니다. 디지털 기기 보급 이전에는 두뇌가 쉴 시간이 많았습니다.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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