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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01 19:56 수정 : 2015.11.30 08:57

[스마트 상담실]
“손을 움직이는 일 하면 뇌 더 건강해져”

뜨개질에 빠진 남편 말려야 하나
Q. 남편이 제가 하는 뜨개질을 따라하더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어합니다. 남들처럼 컴퓨터나 하면 괜찮을 텐데 뜨개질이라뇨. 남편을 말리고 싶은데요.

A. 청나라 지배층은 손을 써서 하는 일을 천하게 여겼습니다. 손을 안 쓰는 높은 신분이라는 걸 과시하려 손톱을 길러서 40㎝가 넘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하인이 많다고 해도 얼마나 불편할지 상상조차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나라도 고종 황제가 땀을 뻘뻘 흘리며 테니스를 치고 있는 외국인들을 보고 “왜 저런 일을 하인에게 시키지 않느냐”며 안타까워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19세기 빈(비엔나) 상류층의 양복엔 주머니가 없었습니다. 몸 쓰는 것은 하인이 다 하니 자신은 주머니에 자잘한 것들을 넣어 다닐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근래까지 높은 신분의 사람들은 몸 쓰는 일을 하인들이 다 하도록 했습니다.

높은 사람이라고 모두 육체활동을 피했던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조선시대 성리학자 율곡 이이입니다. 그런 이이가 대장간을 차렸다는 것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입니다. 서른아홉에 황해도 관찰사로 부임한 뒤 대장간을 차려서 손수 호미나 낫 같은 농기구를 만들었습니다. 풀무질을 하고 망치로 벌건 쇠를 벼리는 그가 스마트해 보이는 것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뇌 연구 결과들을 보면 손을 움직이는 것을 포함해서 육체적 활동을 많이 하면 뇌가 더 건강해집니다. 에든버러대학의 뇌 연구팀에 의하면 나이가 들면 뇌는 위축이 되는데 육체적 활동이 많았던 사람들은 이런 현상이 현저히 적어 더 탱탱하고 싱싱한 뇌를 유지했습니다. 정보기술 업계에 종사하는 에런 부시는 2005년도에 무릎을 다쳐서 일을 쉬는 중이었습니다. 방에 앉아서 무료하게 텔레비전만 보다가 뜨개질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우연히 배운 뜨개질이 너무 재미가 있어 자신의 경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뜨개질하는 남자들(menwhoknit.com)이라는 웹사이트는 현재 수천명의 남자들이 가입해서 뜨개질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만약 뜨개질은 여자들이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극복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지금의 즐거움은 모른 채 살았을 겁니다.

손을 쓰고 육체활동을 하는 것은 뇌에 좋은 자극을 줍니다. 몰입의 기쁨은 남편의 뇌를 더욱 생생하게 유지해줄 겁니다. 컴퓨터만 바라보는 것보다는 뜨개질이 남편에게 더 좋습니다. 남편의 뜨개질을 응원해 주십시오.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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