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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상담실]
Q: 가족끼리 외식을 갔는데 다섯살 된 아이가 떼를 써 아내가 휴대폰 게임을 주며 달랬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부부끼리 조용하게 외식을 즐길 수 있어 좋았는데 계속 이래도 괜찮을까요? A: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아동과 부모의 상호작용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보스턴대학 메디컬센터 소아과의 제니 라데스키 교수 연구팀은 대도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휴대전화가 부모와 아이들의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부모가 휴대전화에 몰입해 있을수록 아이는 혼자 놀거나 아이들끼리 노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휴대전화에 정신 팔린 부모는 아이의 잘못을 더 심하게 질책했습니다. 아이가 소란스럽게 굴면 아이에게 디지털 기기를 주어 놀게 했습니다. 이래저래 디지털 기기는 아이와 부모의 상호작용을 줄어들게 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무관심하면 아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매사추세츠대학의 심리학과 에드워드 트로닉 교수는 부모의 무관심, 무반응이 아이에게 어떤 반응을 야기하는지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실험은 간단합니다. 아기를 자동차용 안전의자에 앉히고 엄마나 아빠가 아기 앞에 앉아 눈을 맞춘 채 즐겁게 놀아줍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부모가 얼굴을 옆으로 돌립니다. 다시 아기를 쳐다볼 때는 완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봅니다. 그렇게 3분간, 부모는 아기와 눈을 맞추고 그저 쳐다보기만 합니다. 아기는 이런 부모의 반응에 당황한 모습을 보입니다. 옹알이를 더 크게 하고 박수나 손짓을 하면서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합니다. 그래도 부모의 반응이 없으면 아기는 의자에서 발버둥을 치고 침을 흘리고 소리를 지르다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3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부모의 무반응, 무표정은 아기에게 큰 스트레스가 됩니다. 인간의 뇌는 가소성이 있습니다. 새로운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새로운 신경망이 형성됩니다. 아이들의 뇌는 성인에 비해 가소성이 훨씬 큽니다. 아이들은 좋은 경험도 나쁜 경험도 스펀지처럼 잘 빨아들여서 같은 경험이라도 아이의 뇌에는 더 큰 흔적으로 남습니다. 흔적이 생기는, 즉 새로운 신경망이 생기는 기본 원칙이 있습니다. 많이 쓰는 길은 확장하고 안 쓰는 길은 폐쇄하는 것처럼 뇌의 신경망도 많이 쓰는 곳이 더 발달합니다. 부모의 관심과 놀이는 아이의 뇌에 자양분이 됩니다. 부모가 놀아주면 아이의 뇌는 그 경험을 녹여 빠르게 발달합니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스마트하고 사회성이 좋은 성인으로 성장합니다.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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