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16 20:02
수정 : 2015.11.30 08:52
스마트 상담실
“무조건 바꾸라”는 것은 ‘방향 없는 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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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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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지난주 회사 워크숍에 참가했는데 ‘변화’가 주제였습니다. 워크숍 내내 변해야만 살 수 있다는 내용을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변하라는 주문이 피곤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만 그런 걸까요?
A: 1950년대 후반, 한 형제가 중국의 시골에서 태어났습니다. 형제는 넉넉지 않은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난 후, 형제의 운명에는 커다란 간극이 생깁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형은 부인의 외도를 알게 되고 자살로 삶을 마감합니다. 반면 동생은 2000만달러를 지불하고 우주 유람을 떠날 정도로 큰 부를 쌓게 됩니다. 급변하는 중국의 경제 변혁 속에서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동생은 거대한 부를 거머쥐지만 마지못해 변신을 거듭한 형은 점점 비참한 현실 속에 내몰리고 맙니다. 위화의 장편소설 <형제> 주인공들 이야기입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운명을 달리하는 형제들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지난 50년 동안 우리도 숨가쁜 변화를 겪으며 달려왔습니다. 프리챌, 하이텔, 천리안, 아이러브스쿨, 파란닷컴. 한때를 풍미했으나 이제 흔적을 찾기 어려운 회사들입니다. 명멸의 흔적은 전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노키아, 코닥, 모토롤라, 지엠… 한때 업계를 대표하는 쟁쟁한 기업들이었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문을 닫거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회사들입니다. 세상이 빨리 변하니 개인이나 기업이나 흥하고 망하는 것이 순식간입니다. 언제 망할지 몰라 불안도 커집니다. 소멸에 대한 불안은 변화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을 낳았습니다. 너도나도 변해야 산다고 합니다. 오늘의 나를 부정하고 새로운 나를 창조하라고 주문합니다.
변화에 대한 주문은 현재 자신의 모습이 부족하거나 옳지 않다는 자기부정의 메시지를 함께 전합니다. 이는 제멋에 살고 싶은 인간의 자기애적 욕구에 가릴 수 없는 상처를 안깁니다. 변해야 하는 팔색조 현대인은 늘 피곤합니다.
디지털 세상은 빨리 바뀝니다. 그에 맞춰 변화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중요합니다. 번창이 아니라 생존이 화두가 되는 세상에서 변화에 대한 압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들은 있습니다. 일본의 건축회사인 곤고구미는 천년을 이어온 장수기업입니다. 신뢰경영과 투철한 장인정신이 이 회사를 지켜온 가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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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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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변화를 외치는 세상이지만, 정작 모든 것을 바꾼다는 것은 허상입니다. 버릇 하나 바꾸는 데 평생이 걸릴 수도 있는 게 인간입니다. 무조건 바꾸라는 것은 방향 없이 진군하는 군대와 같습니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절대 변하지 않을 소중한 가치를 찾아야 합니다. 가족, 사랑, 신뢰 등 불변의 가치가 든든한 버팀목이 될 때 변화는 비로소 창조적인 결실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변하지 않을 당신만의 소중한 가치를 찾아보세요. 그것이 당신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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