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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18 19:49 수정 : 2015.12.01 09:16

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새 학기가 두달 지난 이즈음 사춘기 자녀, 특히 10대 소녀의 부모는 딸이 교실 안팎의 친구관계에서 어떤 진전과 변화가 있는지 관심을 두기 마련이다. 10대 소녀들은 디지털 기기를 게임보다는 커뮤니케이션 용도로 주로 쓰는 경향이 있다. 카카오톡 같은 대화공간은 친구관계를 가늠하는 하나의 잣대이기도 하다.

문제 상황이 있어도 아이가 위기의 우정 상태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또래집단 안에서 놀리고 따돌리는 행위는 열린 공간에서 공공연하면서도 은밀하고 사소해 보이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니 얼굴 웃겨”라며 누군가 단체카톡(단톡) 방에 올린 내 사진에 다른 친구들이 “ㅋ” 웃는다면 기분이 나빠도 내색하기는 어렵다.

여성문화연구자 레이철 시먼스는 <소녀들의 심리학>에서 소녀들의 은밀하고 비신체적인 공격 문화를 다루면서, 소녀들은 소년들과 다른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직접적 신체적 폭력행위와 달리, 놀리기·험담하기·소문내기·비웃기·욕하기 같은 대체 공격은 은밀하고 비신체적인 것이라 일관된 조처를 취하기 어렵다. 쉬는 시간 같은 교사의 시선 바깥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에 더욱 그러하다. 카톡에서 벌어지는 집단 괴롭힘은 시·공간의 제한 없이 무한히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냥 만나지 않기’나 ‘사용하지 않기’도 해법이 될 수 없다.

그간 불행한 사건들로 학교나 또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따돌림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10대 소녀들 사이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관계 갈등을 의례적인 성장통이나 관계맺기 기술의 부족으로 여기는 경향은 여전하다. 하지만 관계 폭력의 경험은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치유되지 않는다. 개인의 대처능력 문제로 방치할 일도 아니다. 카톡 등에서 발생하는 또래관계의 갈등 상황을 폭력으로 규정하고 처벌함으로써 해결하려는 것 역시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법이다.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10대 소녀들에게 카톡 같은 온라인은 우정과 친밀성의 욕구를 충족하는 또 하나의 공간이다. 이 점을 유념하고 섣부른 개입이나 해법을 제시하기 전에, 은밀한 공격을 대신할 솔직하면서도 상호 존중하는 감정표현의 대화문법을 집과 학교 안팎의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hlude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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