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요즘 초등학생은 예전보다 글을 많이 쓴다. 온라인 덕분이다.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인데, 특히 카카오스토리를 즐긴다. 간혹 성의 없는 댓글도 있고, 약어와 욕설이 뒤섞인 10대들의 표현법을 흉내내는 경우들도 있지만 제법 진지한 대화도 적지 않다. 어른은 초대받지 못한다. 학교에 가져갈 수 없는 금액 이상의 돈으로 무언가를 샀다는 등 어른들의 눈에 적절하지 않아 보이는 아이들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통제는 이미 어렵다. 아이들만의 세상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편가름은 부모에게 배우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은 자신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다. 로버트 프레스먼 등이 책 <숙제의 힘>에서 말한 대로 아이는 엄마와 대화하려 노력하는데 정작 엄마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문자를 보내는 모습은 “내가 말한 대로 해. 내가 하는 대로 하지는 말고” 식의 구시대 교육법의 유물이다. 아이의 이야기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어른들만의 세상이 있음을 가르쳐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만의 세상이 등장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이전에는 어른의 영향력이 상당했다. 유교 문화권에서 자란 우리는 어른을 믿고 따라야 한다고 배웠다. 충효사상과 노인 공경 문화로 상징된다. 아이들의 생활 영역도 어른의 가시권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연장자와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하던 유교적 가르침과 그 문화의 영향은 약해졌다. 대신 개인화 도구인 디지털 기기는 널리 보급되었다. 새로운 통로를 통해 아이들은 끼리끼리 소통하고 어른 말에는 이따금 귀를 기울일 따름이다. 가히 ‘어른 권위의 종말’이라 부를 만하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