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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15 20:23 수정 : 2015.12.01 09:15

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얼마 전 묵혀둔 짐정리를 하다 10대 시절 일기를 펴보게 됐다. 이런 유치찬란하고 앞뒤 없는 감정 과잉이라니. 일기라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오글거리기 짝이 없던 옛 모습을 마주한 새삼스러움에 피식 혼자 웃어버렸다. 그리고 나만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라며 진심으로 안도했다.

과거 일기장과는 다르지만 디지털 사회관계망 시대에도 사람들이 자신만의 일기장을 다시 찾고 있다. 디지털 일기장은 우울하고 슬프고 비루한 그날그날의 기분과 감정을 간단히 글과 사진, 이모티콘 등으로 기록하되, 사회관계망서비스와 달리 자신만 볼 수 있도록 설정하는 사적 공간이다. 피시(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일기장으로는 기분일기, 팝다이어리, 비밀일기장, 플라바 등이 있다.

연결이 규범이 된 디지털 세상에서 일기를 쓰는 이유는 단지 숨기 위해서가 아니다.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공공연한 영역 외에 자신만을 위한 한 뼘 공간을 필요로 한다. 독일의 철학자 페터 비에리는 <삶의 격>에서 사람들은 삶의 일부분을 비밀과 침묵 속에 숨겨놓고자 하며, 여기에는 두가지 서로 다른 욕망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첫번째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며, 두번째는 자신을 타인과 구분지으려는 것이다. 비밀은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무언가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체험을 혼자 간직하고 싶은 존재의 욕망에서 비롯한다는 것이다.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매혹된 아이들은 자기를 표현하고 과시하고, 친구와 대화하고 다투고, 즐거움을 얻고 빼앗긴 과정을 채팅과 댓글, 이미지로 끊임없이 남긴다. 감정의 발산은 누구나에게 꼭 필요하다. 사회관계망에서의 활동은 이런 좌충우돌 성장 경로에 대한 충실한 기록일 수 있다. 하지만 비밀의 봉인이 풀린 일방적 기록이기도 하다. 자아의 성장과 자율성을 위해 표현과 침묵, 공개와 비밀 사이의 균형은 필수적이다. 디지털 일기장은 자신에 대한, 자신을 위한 글쓰기를 통해 소셜 과잉을 중화하는 방편일 수 있다. 부모와 아이가 각자 자신과 마주하는 글쓰기를 통해 자기만의 공간을 누릴 권리를 함께 가져보자.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hlude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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