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부모의 어린 시절을 기억해 보자. 피곤한 적이 있었나? 소풍·운동회 등 행사로 인해 하루 종일 놀아서 지친 정도였다. 즐거운 추억의 한 부분이다. 오늘날 아이의 생활은 피곤하고 힘들다. 왜 그럴까? 한병철 교수가 <피로사회>에서 언급한 대로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전환되면서 ‘너는 스스로를 뛰어넘을 수 있어’라는 요구가 아이에게도 강조되기 때문이다. 특히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아이의 피로감은 커지고 있다. 첫째, 경쟁의 강도가 올라가고 있다. 이 경우 속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친구나 뛰어놀 곳이 필요하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비슷한 역할을 기대하며 스마트폰에 손이 갈 수밖에 없다. 엄마가 지병으로 돌아가서 상주가 된 고등학생이 스마트폰에 고개를 푹 파묻고 있어 문상객들이 혀를 차고 나왔다는 지인의 말이 한편으로 이해됐던 이유다. 목적도 없이, 경쟁의 트랙에 올라 서 있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절친’인 셈이다. 둘째, 미래 선택의 폭이 좁다. 명확한 해법을 알려주는 경우도 드물다. 독일 같은 선진국은 전공에 대한 5년 앞선 미래 수요 예측을 해주고 있다. 공공기관의 한 임원은 독일 유학에서 가장 놀란 경험이 “전공 공부 중에 국가의 미래 제시를 보고 진로를 바꾸는 동료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우리 사회의 낡은 미신과 구호에 아이들은 지친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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