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1.24 20:17
수정 : 2016.01.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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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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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교복 입은 아이 네댓 명이 메뉴를 정하느라 잠시 이야기하더니 각자 와이파이에 접속하고 이내 조용해진다. 음식을 먹을 때도 서로 말이 없다. 길을 걷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가족과 식사할 때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끄면 행복이 켜진다는 최근 공익광고의 내용이다. 과다사용 혹은 중독의 혐의를 받는 주인공은 여느 때와 같이 청소년이다. 스마트폰을 끄면 문제는 해결되는 것일까. 아이들의 잘못된 스마트폰 사용을 지적하는 어른들은 스마트폰이 대화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들어낸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행복한 삶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라는 말은 근거 없는 확신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와 어깨를 맞대고 앉아 메신저로 말이나 문자 없이 이모티콘만 주고받은 적이 있다. 옆구리 찌르는 장난처럼 시작한 일이었지만, 한참 동안 서로 깔깔거릴 만큼 재미있는 놀이를 경험했다. 스마트폰 덕분에 아이와 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와 대화의 공간을 하나 더 발견한 셈이다. 편견 어린 시선을 거두고, 디지털을 매개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움직이고 만나지 않으면서 만나는’ 새로운 상호작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친구와 찍은 사진을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면대면 상태가 아닌 다른 친구들과 실시간 공유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영국 사회학자 존 어리는 <모빌리티>에서 ‘따로, 또 같이’가 동시에 이뤄지는 상호작용을 ‘대면적이면서 모바일 매개된 만남’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아이들은 만남과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예전과는 다르게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제는 친구 만나러 학원에 가야 할 정도로 주어진 사회적 시간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학원을 향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엔 애처로운 한기가 감돈다. 학원을 끝낸 늦은 밤과 틈새시간에 아이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 만남과 대화의 부재를 묻고 진정한 휴식을 모른다며 훈수를 두는 것은 아이의 입장에선 무척 황당한 일이다.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이 상황을 당장 바꿀 수 없다면 부모로서 끊임없이 균형을 찾아보는 수밖에.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hlude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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