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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2.28 20:26 수정 : 2016.02.28 20:26

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디지털 세계의 언어는 감각적이다.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가도 뜻을 알고 나면 탁월한 조어력에 무릎을 치게 된다. 학교 급식을 먹는 초·중·고 학생들이 웹에서 자주 쓰는 언어를 일컫는 휴먼급식체가 한 예다. 사례를 보면 ㅇㅈ? ㅇㅇㅈ(인정? 어 인정), ㅇㄱㄹㅇㅂㅂㅂㄱ(이거레알 반박불가), ㄹㅇㅌㄹ(레알트루), ㄱㅇㄷ(개이득), 에바 떤다(오버 떤다), 현웃(현실에서 웃다), 지리구요 오지구요(오줌을 지릴 정도로 흡족하다), 앙 기모띠(매우 기분 좋다), ~~각·~~하는 각(예상하는 적절한 상황) 등이 있다. 대체로 축약어나 혼용어 형태이며, 연령이나 성별 특성을 전형적인 방식으로 제시한다. 휴먼급식체가 아이들의 문체라면, 중년 남성과 기혼 여성의 웹 언어는 각각 휴먼아재체, 휴먼줌마체로 불리기도 한다.

아이들의 디지털 언어에 대한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축약어나 은어, 비속어가 난무하는 디지털 언어는 언어파괴나 세대간 소통단절 등의 이유로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디지털 언어를 아이들의 잘못된 언어사용으로 규정짓고 이를 교육으로 교화시키려는 태도는 낡은 관점이다. 언어의 역사가 말해주듯 말은 시대상을 담고 있으며 그래서 늘 변화해왔다. 디지털 언어를 혐오 코드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그래서 편향된 시선이다. 오히려 요즘 아이들이 왜 대부분 이런 휴먼급식체를 쓰는지 동기와 배경을 이해하고 자주 쓰는 말들의 의미를 알려고 노력하는 게 우선이다.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각종 웹사이트나 문자대화에서 사용되는 축약어는 시간단축을 통해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합리적 선택이라는 맥락을 지닌다. ‘헬조선’, ‘흙수저’ 같은 단어는 세 음절로 사회구조와 상황을 단숨에 가시화하는 표현이다. 이러한 디지털 언어는 아이들끼리 공유하는 문화이자 놀이이고 자신들만의 소속감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쉽게 알아채기 힘든 암묵적인 언어 약속이며 놀이의 비밀이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말할 자유를 뺏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아이들과 소통하려면 먼저 그들의 디지털 언어를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게 먼저다.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hlude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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