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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22 21:16 수정 : 2016.08.22 21:43

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학교 현장에서 디지털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있었다. 스마트 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시범사업이 실시되었고, 성공적 사례들로 방송된 바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교실에서의 눈에 띄는 진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왜 더 이상 탄력을 받지 못했을까? 학교 교실을 디지털화하겠다던 정부에서 언젠가부터 꾸준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도 이유일 테고, 교육용으로 적합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태블릿피시 시장이 커지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후원이 점차 줄어든 것도 또 하나의 이유이다. 문제의 본질에 닿기 위해서는 과연 디지털 교육의 순서가 제대로 된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게 필요하다. 우리는 기존 교과목을 디지털 기기와 콘텐츠를 통해 전달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당시로서는 최우선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먼저 가르쳐야 하는 내용은 따로 있었다.

이시도 나나코가 지은 <미래교실>에는 일본 한 초등학교 디지털 수업의 바람직한 예가 나온다. 이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1명당 1대의 컴퓨터가 주어진다. 정사각형 블록 6개를 조합해 정육면체의 전개도를 만드는 수업을 컴퓨터로 진행한다. 얼핏 보면 수학 수업 같다. 이 수업의 핵심은 디지털 세상의 원리와 생존법을 가르쳐주는 데 있다. 자신의 파트너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말은 하면 안 되고 댓글만 달 수 있다. 이때 교실 아이들끼리 블록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결국 험한 댓글이 올라오고 상처를 받고 우는 아이들도 생겨난다. 이 과정은 수학 수업을 가장한 정보 리터러시-정보를 수집, 분류, 분석, 종합하는 능력- 수업이다. 대면 접촉을 할 수 없고 댓글로만 교류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어떻게 해서 다툼이 생기는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이런 수업은 효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꼭 필요한 내용이다. 디지털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통해 디지털 세상의 작동 원리를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수업이 더욱 발전하고 수행 이력이 잘 관리되면, 그 학생의 현재와 미래의 디지털 세상에서의 성향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페드로 도밍고스의 <마스터 알고리즘>에 따르면, 학생 한 명씩 스스로에게 대화를 걸 수 있는 디지털 거울의 역할까지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지금으로서는 굳이 기존 교과목을 디지털로 가르칠 필요는 없다. 디지털 교육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가르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교육에 적합한 과목과 과정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학교에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이런 과목과 과정은 디지털 세대와 호흡하는 학교 현장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허울뿐인 디지털 교육에서 벗어나, 실제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할 때다. 아이들은 그런 교육이 정말로 필요하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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