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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05 17:09 수정 : 2016.09.05 19:55

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한가위가 얼마 남지 않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고 할 정도로 추석은 풍성하고 넉넉하다. 더 좋은 것은 우리 가슴을 가득 채우는 보름달이다. 달은 때로는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로, 지친 삶의 동반자로, 멀리 있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공간을 뛰어넘는 매개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작년 한가위에 나는 157개의 달을 보았다. 생각 없이 쳐다보는 스마트폰 화면에 계속 달이 떴다. 정색을 하고 바를 정(正)자를 쓰면서 헤아려보니 그 숫자에서 멈추었다. ‘페이스북 친구’들이 그 좋은 한가위 달을 기억하기 위해, 혹은 친구와 나누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올린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한가위 보름달은 하나가 아니었던 것이다. 수천만 아니 수억 개의 달이 뜨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달은 달랐다. 손톱만한 사진 속의 보름달이 안쓰러워 보였다. 그저 내 눈에는 흰색으로 빛나는 작은 원으로만 보였다. 어떤 것은 길가를 창백하게 비추던 둥근 가로등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달이 아니었다. 지난 한가위에 나는 달을 보지 못한 것이다.

우리가 한가위 달을 제대로 보지 못하듯이, 고향에 모인 부모와 형제, 그리고 아이들을 보지 못한다. 몸은 한자리에 모여 있지만 더 이상 서로를 느끼지 못한다. 이미 한 몸이 되어버린 ‘작은 기계’에만 몰입한다. 페이스북의 달처럼 각자의 스마트폰에 사진만 남는 ‘디지털 한가위’가 된 것이다.

올해 한가위에는 ‘디지털’을 떼어내자. 그리고 지난해에 보지 못했던 달을 보자. 부모님의 손을 잡고 세월의 흔적이 녹아 있는 눈에 담긴 달을 볼 일이다. 옆에 나란히 앉은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달을 느낄 일이다. 아이 어깨에 손을 얹고 그 맑은 눈 속에서 희망으로 빛나는 달을 나눌 일이다.

‘달아 달아 밝은 달’을 우리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자. 카메라에 가두지 말고 마음에 담아두자. 디지털 시대에도 ‘이태백이 놀던 달’이 뜨고 있음을 잊지 말자.

이재포 협동조합 소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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