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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04 16:55 수정 : 2017.09.04 21:19

며칠 전 집에 아이의 친구들이 놀러 왔다. 집안의 여러 놀거리들을 찾아 분주히 움직였다. 구석구석에 있는 보드게임, 딱지, 드론 등을 잘도 찾아냈지만 서재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아이들을 서재로 데리고 갔다. 저자가 책을 쓸 때 첫 문장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여러 책들의 첫 문장을 찾아보고 서로에게 읽어주었다. 어떤 문장에 대해선 박수를 쳤고 시시하다고도 말했다. 내친김에 각 책의 100쪽에 있는 단어 3개를 뽑아 문장을 만드는 놀이도 했다. 두꺼운 책을 꺼내 모두 몇 쪽인지 알아맞히는 시합도 했다. 실컷 놀고 나서 아이들이 말했다. “방금 그 책 내용이 궁금해요.”

다양한 재미에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세대에게 부모가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들이 생각하기에 더 좋고 더 재미난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런 능력을 길러주는 데 독서만한 것이 없다. 그런데 아이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외국도 비슷하다. 미국 출판사 스콜라스틱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에는 60%의 아이들이 독서를 좋아했으나, 2012년에는 58%, 2015년에는 51%로 낮아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독서를 꺼린다. 9~11살은 74%가 최근 재미로 책을 읽었지만, 15~17살은 41%에 불과하다. 영국 <가디언>의 어린이책 전문 필자는 “독서에 흥미를 붙이기 위해선 전화기를 내려놓고 10분 동안 책을 주는 것이 좋다”고 제안한다. 말은 쉽지만 실행이 어려운 방법이다.

전화기를 내려놓게 하려면 책의 재미를 알게 해주어야 한다. 스마트폰과 재미로 경쟁해야 한다. 아이들이 부담 없이 책에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글머리의 예처럼 책을 놀이 대상으로 삼아보는 것도 좋다. 억지로 읽고 강제로 쓰는 독후감은 정반대의 방법이다.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실력’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쌓여야 한다. 유예되긴 했으나 수능 개편안에서도 국어의 비중이 높았다. 독서의 재미에 빠질 방법과 이유는 다양하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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